[힐링노트-박강월] 비아 돌로로사

어느 해인가 성금요일 아침 날아온 한 형제의 문자편지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인상적인 내용의 질문이었기에 선교단 기도모임에서 단원들에게 같은 질문을 한번 던져봤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려계실 때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첫째, 너무 아파서 아무 생각도 없으셨을 것이다. 둘째, 나의 희생과 순종으로 인류가 구원을 얻게 될 것이니 참아야겠다. 셋째, 처음에는 아픈 것을 생각하셨겠지만 마지막이 다가오면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었구나” 하셨을 것이다. 대답은 이렇게 세 가지로 나뉘었다.

사실 내 생각은 1번에 가까웠다. 지난 5년간의 투병시간을 통해 육체에 가해지는 고통은 사람의 생각이나 의지조차 빼앗는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작은 시험을 이길 수 있는 힘조차 스스로는 만들어낼 수도, 가질 수도 없어 주께서 공급해주시는 힘이 아니면 혼자서는 결코 설 수 없는 연약한 존재인 것을 통감한 나의 짧은 견해로는 예수님의 십자가! 그 고통의 시간, 예수님의 마음을 도저히 알 수 없을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우리 모두는 십자가로부터 너무 멀어져 있는 것은 아닌지. 언제부터인가 십자가의 피 흘리는 고난에 동참하기보다 좀 더 편안하고 풍요로운 것을 추구하고 있지는 않는지 우려된다. 또 구원의 즐거움만 누리는 크리스천이 성공한 크리스천이라는 공식이 팽배해졌다. 그러나 그것은 포장만 보고 상자 속 내용물을 멋대로 확신하는 미련한 판단이다. 십자가의 고난 없이 어찌 부활의 영광이 있을 수 있으며, 치유와 회복과 구원이 있을 수 있겠는가.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께도 같은 질문을 드리고 싶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달려 계실 때 과연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박강월(수필가, 주부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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