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꽃 같은 생명들이 아스러진 그날의 아픔을 잊지 않게 하소서. 그들을 지키지 못한 우리가 죄인임을 고백합니다. 남아 있는 이들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게 하소서.”(이윤재 목사의 대표기도)
‘세월호 참사 1주기 유가족을 위한 한국교회 기도회’가 열린 15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 이곳의 앞바다는 1년 전의 참상을 망각한 듯 잔잔했다.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왔지만 팽목항 일대는 사고해역을 찾은 희생자 가족들의 슬픔과 울분이 녹아 침울했다. 곳곳에 나부끼는 노란 리본과 깃발, 추모객들의 행렬이 참사의 상흔이 잊혀지지 않았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오후 3시가 가까워 오자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단 성도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날 기도회는 한국교회봉사단(한교봉·대표회장 김삼환 목사)과 진도군교회연합회, 광주성시화운동본부의 주관, 광주기독교교단협의회와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미래목회포럼, 하이패밀리의 후원으로 열렸다.
유관기관 관계자들과 소속 교회 성도 등 200여명이 참석해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참석자들은 ‘세월호특별법 시행령’과 ‘선체 인양’ 등을 두고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회가 평화와 중재의 사도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음을 반성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채영남(광주성시화운동본부 대표회장) 부총회장은 ‘진실이여 일어나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누군가는 정치적이고 비양심적인 이유로 세월호 참사를 ‘이미 죽어 버린 과거’로 치부하지만, 역사를 보면 진실은 막으려 해도 항상 드러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채 목사는 “한국교회는 죽음의 권세를 이기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따라 이 땅의 우는 자들과 연대해 세월호 참사가 남긴 의혹을 밝히고, 희생자 가족들이 위로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사회가 갈수록 어두워져 가는 것은 교회와 성도가 진리의 빛을 발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참회를 실천하기 위해 세월호 참사가 남긴 고난을 짊어지고 회개운동을 전개하자”고 제안했다.
참석자들은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해,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진도군민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 기도했다. 미래목회포럼 대표 이윤재 목사는 대표기도에서 “아직 돌아오지 못한 9명의 실종자들이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란다”며 “자녀와 형제, 부모를 잃은 슬픔 탓에 아직도 통렬한 자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희생자 가족들에게 하나님의 위로가 임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이어 “한국교회가 방관자의 입장에서 벗어나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이어진 위로회에서는 한교봉 이사장 손인웅(덕수교회 원로) 목사가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와 가족들, 수색에 참여했다가 돌아가신 분들의 숭고한 모습을 기억할 것”이라며 “한국교회는 모두에게 큰 아픔이 된 세월호의 희생을 잊지 말고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위로회 후 참석자들은 팽목항 내에 마련된 분향소에 들러 추모 시간을 가졌다.
한교봉은 희생자 가족 및 추모제를 찾는 이들을 위해 14일 밤 1000명분의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밥차를 팽목항으로 파견했다. 15일에만 100여명의 추모객들이 밥차를 통해 식사를 했다. 한교봉은 정식행사가 시작되는 16일에는 더 많은 인원이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교봉 사무총장 천영철 목사는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도움이 될 방법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진도군청에서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느냐고 연락했다”며 “미력하지만 희생자 가족들과 추모객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최대 피해지역인 경기도 안산 단원구 안산제일교회(고훈 목사)에서도 이날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기도회’가 열렸다.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경기총·대표회장 강영선 목사)가 주최하고 안산시기독교연합회(회장 이수부 목사)가 주관한 기도회에는 남경필 경기도지사, 강득구 경기도의회 의장, 교계 지도자 등 3000여명이 참석했다. 기도회는 경기총이 지난 8일 경기북부기독교총연합회와 통합한 뒤 개최한 첫 공식 행사였다.
행사는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유만석 수원명성교회 목사가 ‘우리가 흘려야 할 눈물’(롬 12:14∼15)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유 목사는 “이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주어진 자리에서 각자의 사명을 감당한다면 이런 대형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모두가 아름답고 안전한 나라에서 살 수 있다”고 역설했다. 강영선 경기총 대표회장은 “세월호 참사 유족을 위로하고 ‘과연 대한민국은 안전한 나라인가’ 자성을 촉구하기 위해 기도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경기총은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경기총은 성명에서 “정부와 국회는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철저한 진상규명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며 “세월호의 아픔이 국민들의 갈등과 분열의 상처로 덧나지 않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초당적으로 협력해 주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경기총은 범국민실천 10대 안전수칙도 제안했다. 10대 안전수칙에는 생명을 사랑하고 상생하기, 나부터 안전제일 의식 갖기, 준법정신 재무장하기, 양보운전 앞장서고 음주운전 근절하기, 구명조끼 안전띠 철저히 착용하기, 산업현장안전 우선 점검하기, 소방차 우선 길 터주기, 화재예방 초동조치 위해 소화기 상시 비치하기, 안전신문고 앱 설치, 신고 생활화하기, 안전의식 안전교육 의무화하기 등이 들어 있다.
진도·안산=이사야 유영대 기자
lsaia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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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겠습니다, 치유하겠습니다”… 한국교회, 진도 팽목항·안산서 세월호 1주기 추모기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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