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용한 외교’만으론 日 독도 도발 못 막는다

일본 정부가 6일 처음으로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담은 검정 결과에 이어 7일에는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외교청서를 발표했다.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긴 하나 갈수록 노골화되는 일본 정부와 아베 신조 총리의 역사 왜곡과 독도 도발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의 대응은 예나 지금이나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시정을 요구하는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항의성명을 발표하고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엄중 항의하는 것이 고작이다. 이러면 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의 요구를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답답하기만 하다.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말뿐인 경고는 국민에게 정부가 나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쇼’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일본의 도발이 더욱 거세지는데 우리 정부는 판에 박힌, 그것도 아무 효과 없는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아베 정권의 안하무인식 태도가 도를 더하는 게다.

이명박정부는 1차 아베 정권의 도발에 강력 대응하기 위해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었다. 2016년 완공을 목표로 최대 5000t급 여객선과 2000t급 선박이 추가 접안할 수 있는 시설과 수중관람실을 건설한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일본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박근혜정부에서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한 외교부의 반대로 보류됐다. 한·일 정상회담 개최 분위기 조성 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고 한다. 엄연한 우리 고유 영토인 독도에 접안시설을 건설하는 것도 일본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 우리 독도외교의 현주소다.

외교 문제를 떠나 독도 입도시설 건설은 시급한 과제다. 매년 20만∼30만명이 찾는 독도에 화장실은 물론 구급센터 하나 없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의무다. 중앙정부가 나서는 게 곤란하다면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을 맡아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 일본 정부도 시마네현을 내세워 독도 도발을 일삼지 않는가.

‘독도 문제는 건드릴수록 일본의 노림수에 말려든다’는 외교부 논리를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조용한 외교’가 해법이 아니라는 건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외교부의 독도 관련 예산은 일본 외무성의 절반 정도라고 한다. 일본의 억지 주장이 국제사회에서 통하는 이유를 알겠다. 예산 증액과 동시에 국제사회와의 공조 체제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일본에는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는 양심세력이 적지 않다. 이들과 연대해 공동 대응하는 길을 적극 모색할 때다. 이들을 아베 정권과 동일시해 양심세력까지 등을 돌리게 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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