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 시사풍향계

[시사풍향계-오정근] AIIB 가입 후 한국의 과제와 전략

“지분 최대한 확보해 국익 신장하고, 북한을 개방으로 유도할 방안 강구해야”

[시사풍향계-오정근] AIIB 가입 후 한국의 과제와 전략 기사의 사진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배제된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키로 했다. 어렵게 결정한 만큼 한국의 과제와 역할도 막중하다. AIIB 가입 신청국들을 보면 아시아역내에서는 한국과 인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중화경제권이다. AIIB가 중화권 개발기구로 비칠 수도 있을 정도다. 한국의 가입으로 명실공히 아시아의 다자간 개발기구가 된 것이다. 그만큼 중국 입장에서도 한국 가입의 의미는 크다. 세심한 준비와 철저한 전략으로 주요 창립 멤버로서 역할을 다하고 국익 신장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첫째, 지분을 최대한 확보하는 일이 중요한 당면과제다. 중국에 이어 2∼3위 지분을 확보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GDP 기준으로는 4위이지만 그 정도로는 안 된다. 한·미동맹에도 불구하고 가입한 비중화경제권 주요 회원국으로서 특별한 한국 위상을 앞세워 최대한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중국이 전횡하지 못하도록 한국과 우방이 협조해 다자간 개발기구로서 글로벌 기준에 맞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지배구조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수익성이 보장 안 되는 중국 주도의 프로젝트에 투자되는 경우 부실화로 이어져 다자간 개발기구로서 기능을 할 수 없을 수도 있게 된다. 다자간 개발기구가 인프라 투자에 유리한 이유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본금 10배 내외의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언제나 트리플A 신용등급을 유지해야 한다. 투명하고 합리적인 지배구조가 핵심이다.

셋째, 국익 신장을 위한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AIIB를 통해 연간 8000억 달러가 넘는 대형 프로젝트가 추진될 전망이다. 8000억 달러의 10%만 수주해도 연간 800억 달러다. 한국의 작년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이 700억 달러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큰 규모인지 알 수 있다. 한국의 재도약 전기가 될 수도 있다. 더구나 한국은 건설 통신 플랜트 등 인프라 건설 기술과 경험이 풍부하다. 토목 플랜트 중심에서 한 단계 발전시켜 엔지니어링 설계 분야에도 도전해야 한다. 기술, 금융, 세제 등 한국 기업 진출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넷째,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앞으로 제정될 AIIB 규정에 반영해야 한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은 드레스덴 선언에서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동북아개발은행을 제안했다. 그러나 AIIB가 설립되면 또 하나의 개발기구를 역내에 설립하는 것은 힘들 수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한국은 물론 중국에도 중요하다. AIIB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와 인프라 투자를 동시에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이 회원국은 아니지만 비핵화, 개혁·개방 등 국제사회의 요구를 충족하는 경우 총회나 이사회 특별 의결을 거쳐 북한 인프라 투자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후 북한의 비핵화와 개혁·개방이 진전되면 회원으로 가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AIIB는 중국이 추진하는 신국제 통화금융 질서의 서막이다. 국제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고 인프라 투자와 같은 유인이 있는 것부터 먼저 시작하고 있다. 내년에는 중국이 주도하고 인도와 러시아 등이 참여하는 신개발은행(NDB)이 설립된다. 신흥시장국에 외환위기가 발발해 긴급히 외환이 필요해지면 IMF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긴급외환보유기금(CRA)을 들고 나올 수도 있다. 이 경우 중국 중심의 신국제통화금융 질서가 제도면에서 완성되고 위안화 위상은 기축통화를 넘보는 지위까지 급신장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