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호원동 야적장에 임차한 컨테이너가 있다. 수년 전부터 거기에 사업 관련 자료들을 갖다 놨다.”
일광공영 이규태(66·구속) 회장의 ‘금고지기’로 지목된 김모씨와 고모씨는 지난 26일 검찰 수사팀에 자료 은닉처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도봉산 인근 야적장에 일광공영의 영업 비밀자료들이 보관돼 있다는 진술이었다. 수사팀은 조사를 중단하고 두 사람에게 자료 임의제출 동의부터 받았다. 이들은 25일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의 이 회장 사무실 2차 압수수색 때 현장에서 체포됐었다.
수사팀은 즉시 김씨 등을 승합차에 태우고 도봉산 야적장을 찾아갔다. 야적장에는 컨테이너 수십 개가 쌓여 있었다. “어느 것인지 찾아서 한 번 열어 보세요.” 김씨 등이 한 컨테이너를 지목해 잠긴 문을 열어젖히는 순간 수사팀 10여명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적재량 1.5t 크기의 컨테이너 안에는 외부의 눈을 피해 옮겨둔 서류뭉치들이 빼곡했다. 이 회장의 성북구 자택이나 사무실 압수수색 때 발견할 수 없었던 이동식 저장장치(USB) 등도 다수 나타났다. 30년 무기중개상으로 활동한 이 회장의 비리를 입증할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컨테이너에서는 이 회장의 500억원대 사기 혐의와 직결되는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 사업 관련 서류뿐 아니라 ‘불곰사업’ 등 오래전 일광공영의 무기 중개 관련 서류들도 발견됐다. 수사팀은 컨테이너를 가득 메운 서류들을 승합차로 옮겨 싣는 데만 오랜 시간을 소요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합수단이 출범하기 이전인 수년 전부터 벌써 자료를 옮겨 놓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합수단 출범 이후 이 회장의 ‘비밀 방’에 있던 자료들도 야적장 컨테이너로 옮겨진 것으로 의심한다. 검찰은 25일 이 회장의 성북구 개인 사무실을 추가 압수수색할 때 이 ‘비밀 방’을 발견했지만, 중요 자료는 거의 치워져 있었다. 사무실 책장을 밀어내고 잠금장치의 비밀번호까지 눌러야 들어갈 수 있는 이 방은 지난 11일 1차 압수수색 때에는 검찰의 눈을 피했던 곳이었다. 방 안에는 외부인 출입 여부를 감시하기 위한 CCTV까지 설치돼 있었다.
김씨와 고씨는 검찰의 거듭된 추궁에 도봉산 인근 컨테이너의 존재를 실토했다. 이들은 28일 구속됐다. 합수단은 컨테이너에서 꺼낸 방대한 자료에 대한 확인·분석 작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 회장은 체포된 이후 사실상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며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새로 발견된 1t 분량의 자료들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검찰은 기대한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를 토대로 그간 말로만 무성했던 일광공영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가 탄력이 붙을 거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합수단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무슨 내용들인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등은 이제 이 회장의 진술을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만간 이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여죄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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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 기슭서 열린 ‘판도라 컨테이너’… ‘방산 비리’ 이규태 회장 비밀 자료 무더기 발견
작년 합수단 출범 이전부터 본사 자료 이곳으로 옮긴 듯… 분량 1t 규모, USB도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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