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수여하는 라가치상 픽션 부문 우수상 수상작이다. 명불허전이다. 한 소녀의 내면적 성장이라는 쉽지 않는 주제를 ‘인형놀이’라는 자기 성찰적 소재를 이용해 탁월하게 풀어냈다. 여운을 주는 흑백의 연필 소묘가 백미다.
어린 시절, 여자아이라면 누구나 인형을 갖고 논다. 주로 혼자 하는 놀이다. 혼잣말하며 엄마가 됐다가, 아빠가 됐다가, 또 아기가 되기도 하는 등 1인 다역을 한다. 인형의 입을 빌어 하는 혼잣말은 세상에 대한 무의식적 탐험이기도 하다.
주인공 유진이도 인형의 집을 만들었다. 서툰 솜씨지만 2층짜리 집에는 총 4개의 방이 있고 그 안에 각각 침대, 화장대, 소파, 냉장고가 있다. 각각의 방에 인형을 앉히며 놀고 있는 유진이는 부끄럼이 많고 소심하다. 친구들이 다가와 뭐냐고 묻자 얼른 감춰버린다. 인형놀이는 곧 이어지지만, 이전과 성격이 사뭇 달라진다. 세상으로 나가 친구들과 어울리고픈 마음과 이에 대한 두려움 사이에서의 갈등이 인형놀이에 담겼다. 침대 방의 소녀, 화장대에 앉은 여자, 부엌에서 설거지하는 여자, 소파에 앉아 신문 보는 남자 등 4가지 캐릭터는 자신 안에 웅크려 살고 있는 유진이의 또 다른 내면이다. 유진은 그런 자신의 ‘속마음 캐릭터’에게 용기와 위로의 말을 건네며 세상으로 나가자고 권한다.
“난 지금 못가. 매일매일 거울을 보며 준비하지만, 뭔가 지금은 부족해 보여.”(인형) “넌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충분히 예뻐.”(유진)
마침내 용기를 얻은 인형은 인형상자 밖으로 나온다. 때마침 다시 다가온 친구들에게 유진이 인형상자의 문을 열어 보이는 설정은 퍽 상징적이다. 작가는 지난해에도 ‘먼지아이’로 유럽·북미 제외 지역에 수여하는 라가치상 ‘뉴호라이즌’ 부문 대상을 받았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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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나의 작은 인형 상자] “넌 지금 그대로 충분히 예쁘단다”
글·그림 정유미/컬쳐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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