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사상 처음 1%대로 낮아지면서 투자자들이 안전한 투자처보다 위험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전통적으로 은행에 자금을 묻어뒀던 자산가들은 금리가 바닥까지 떨어진 정기 예·적금 위주 안전투자에서 벗어나 수익률이 보장되는 상품을 찾고 있다. 최근 금리 인하 효과 등의 영향으로 증시가 박스권을 뚫고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주식·펀드시장에서도 뭉칫돈 움직임이 포착된다. 다만 저금리가 고착화된 시장 환경에서 기대수익률 자체가 낮아져 장기 상품보다는 단기성 투자를 선호하는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은행 예금주, 새로운 투자처 문의 폭주=안전자산만을 선호하던 전통적인 거액 예금주들은 은행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물가상승률과 이자수익에 대한 과세를 감안하면 정기 예·적금에 돈을 넣어놓는 것은 손실이 되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산가들 사이에선 더 이상 은행에는 기대할 것이 없다는 심리가 팽배한 상황이다.
은행에서 빠져나온 시중 자금은 ELS(주가연계증권)와 부동산으로 쏠리고 있다. 은행 영업점에는 정기 예·적금을 깨고 다른 투자처를 물색하려는 고객들의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시중은행 자금 담당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은행권의 자금은 정기 예·적금에서 빠져나와 수시입출식예금으로 대거 몰리고 있다. 기업은행 WM(자산관리)사업부 이영아 과장은 18일 “기준금리가 2%일 때부터 예금금리는 사상 최저를 경신하고 있었다”며 “실질금리는 마이너스 수준이기 때문에 자산가들은 은행예금을 투자보다는 보관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기 예·적금에서 빠져나와 수시입출금 계좌로 흘러들어온 돈은 새로운 투자처를 찾고 있다. 이 과장은 “주식·채권 등 직접투자 상품보다는 ELS에 대한 문의가 압도적으로 많다”며 “부동산 경기 부양에 대한 정부의 정책의지가 워낙 강해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이형일 PB본부장은 “예금만 고집하던 사람들이 원금 손실의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에서도 고객을 상담할 때 오로지 예금만 고집하지 않는다면 ELS·ETF(상장지수펀드) 등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추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나은행도 수시입출금식예금에 돈이 몰리기는 마찬가지이다. 은행권 공통으로 발견되는 이 현상은 정기 예·적금 금리가 낮아지면서 수시입출금식예금과의 이자율 차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거액 자산가뿐 아니라 중산층 이하 계층에서도 절세상품을 찾는 수요가 많아 즉시연금 등 절세상품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대출받아 투자하는 사례도 발견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부 고객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ELS에 투자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연 5∼6% 정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로 연 3%대의 대출을 받았는데 주식시장이 예측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위험자산 선호 본격화되나=주식·펀드시장에도 수익률 때문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유입되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이달 들어 펀드 자금은 기준금리가 인하된 12일 1조5134억원, 16일 3조6953억원 늘어난 데 이어 17일에도 2752억원 증가했다. 투자자예탁금의 경우에도 최근 들어 증가폭이 줄어들며 자금 이동 흐름이 변하고 있다.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는 4거래일 연속 투자자예탁금이 늘어나다가 12일 17조5365억원으로 전일대비 1430억원 감소했고, 16일에는 1조636억원 줄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예탁금이 줄어드는 것은 대기하고 있던 자금의 주식투자가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기준금리 인하 효과에다 미국 금리 인상 우려가 잦아들면서 투자심리가 호전된 것과 관계가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지난 1∼2월 4조원대 중반에 그쳤던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이 최근에는 5조원으로 올라섰다”며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44% 정도에 그쳤던 개인투자자 비중이 올해 들어 50%를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이 올해 1∼2월 두 차례 모집한 CD금리 연계 파생결합사채(DLB)에도 총 4360억원이 몰리기도 했다. 3개월 만기인 이 상품은 원금 보장에다 은행 예금보다 높은 연 2.4∼2.51%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는 소식에 인기를 끌었다.
다만 저금리 기조로 기대수익률 자체가 낮아지면서 늘어난 유동성이 장기 투자상품보다 단기상품에 집중되고 있는 건 투자자들의 경기전망이 여전히 어둡다는 방증이다. 단기성 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의 경우 100조원대 초반에서 횡보하다 16일에는 109조원을 넘어섰다. 금투협 관계자는 “자금 흐름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수익률이 높은 상품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은 높다”며 “경기부진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거란 기대감도 높아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심리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상진 선정수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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