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뜨거운 한류… 박인비도 우승 시동 걸었다

역시 박인비(27·KB금융그룹)였다. 세계랭킹 1∼3위가 챔피언조에서 격돌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스 최종일에서 박인비는 시즌 첫 승을 거두며 한국(계) 선수의 LPGA 투어 사상 첫 5개 대회 연속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세계랭킹 2위 박인비는 8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 세라퐁 코스(파72·6600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2개로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를 적어낸 박인비는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를 2타차로 제치고 시즌 첫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11월 푸본 대만 챔피언십 이후 4개월 만에 맛본 LPGA 통산 13승째였다.

특히 1, 2라운드 공동선두에 이어 나흘 내내 선두로 일궈낸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이었다. 또 나흘 동안 단 한 차례의 보기도 없는 ‘노보기’ 플레이를 연출했다. 지난 태국 대회 4라운드를 포함하면 5개 라운드 90홀 연속 노보기 행진이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에 앞서 할아버지와 내기를 했다. 보기면 할아버지에게 1000달러를 드리고, 버디면 할아버지에게서 500달러를 받는 룰이었다. 노보기에 15언더파를 친 박인비는 우승 상금 21만 달러(약 2억3000만원) 외에 7500달러를 부수입으로 챙겼다.

올 들어 계속된 한국 낭자들의 상승세를 이번에는 박인비가 이었다. 1월 개막전 코츠 챔피언십에서 최나연(28·SK텔레콤)의 우승에 이어 퓨어실크-바하마 클래식에서는 LPGA 신인 김세영(22·미래에셋)이 정상에 올랐다. 호주 여자오픈에서는 뉴질랜드 교포인 리디아 고(18)가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더니 1일 끝난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는 양희영(26)이 역전 우승을 만들어냈다.

최종 라운드는 세계랭킹 1∼3위인 리디아 고, 박인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가 한 조에서 맞붙는다는 것만으로도 관심이 컸다. 하지만 4시간30분간의 라운드 내내 웃지도 화내지도 않는 박인비의 포커페이스에 경쟁자들은 조금씩 무너졌다. ‘침묵의 암살자’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 것이다.

박인비는 인터뷰에서 “나 자신이 매우 자랑스럽다. 이번 우승이 올 시즌 좋은 징조가 됐고 앞으로 더 많은 우승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3라운드까지 13언더파로 11언더파의 리디아 고, 루이스에 2타 앞선 상황에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박인비는 리디아 고가 6번홀까지 2타를 줄인 사이 타수를 줄이지 못해 공동선두를 허용했다. 하지만 8번홀(파3)에서 박인비가 파 세이브를 하는 사이 리디아 고가 보기를 범하면서 1타차 단독 선수로 올라섰다. 7번홀 첫 버디를 한 박인비가 11번홀 버디로 15언더파가 되자 리디아 고가 12·13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하며 주저앉았다. 루이스도 한 타도 줄이지 못하고 단독 3위(11언더파)에 그쳤다.

한편 유소연(25·하나금융그룹)은 10언더파 278타로 공동 4위에 올랐다. 8언더파 280타를 친 김효주(20·롯데)는 이일희(27·볼빅)와 공동 8위를 기록, 시즌 처음 톱10에 진입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