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구하지만 가질 수 없다 ‘옷으로 드러낸 계급’… 오상택 ‘Good(s) For Human’ 展

Է:2015-02-23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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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잠재된 욕망 담은 사진들

갈구하지만 가질 수 없다 ‘옷으로 드러낸 계급’… 오상택 ‘Good(s) For Human’ 展
서울 강남구 WBC역삼역아트스페이스에서 작품을 배경으로 사진작가 오상택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최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진작가를 잘 찍는 사람, 못 찍는 사람, 사진을 갖고 괴상한 짓 하는 사람, 이렇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면 저는 세 번째에 속했다”고 말했다. 이병주 기자
갈구하지만 가질 수 없다 ‘옷으로 드러낸 계급’… 오상택 ‘Good(s) For Human’ 展
2015년작. 캔버스에 칼라 프린트.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구별짓기’라는 저서를 통해 신분제가 사라진 현대사회에서도 계급은 존재한다고 설파했다. 취향의 차이야말로 상류층이 신분을 드러내는 과시적 수단이라는 것이다. 명품은 손쉽게, 그리고 시각적으로 선명하게 계급을 드러내는 표식이다.

사진작가 오상택(45·서울예술대학교 교수)은 2011년부터 ‘옷장(Closet) 시리즈’를 통해 옷이 갖는 권력적 속성에 주목했다. 우리 시대의 아이콘으로 옷을 채택한 셈이다. 옷장에 걸린 검은색 남성 슈트는 진짜 슈트를 찍은 거지만 실제 보다 110% 확대했다. 그래서 결코 입을 수 없는, 즉 욕망하지만 다가갈 수 없는 ‘권력’을 이미지화하는 데 성공한다. 사진을 캔버스에 입히면서 회화적 느낌까지 줘 입을 수 없는 옷의 이미지를 극대화시켰다.

그가 신작 15점을 들고 돌아왔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WMC역삼역아트스페이스에서 오상택 개인전 ‘Good(s) For Human’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장에서 최근 그를 만났다. 전시장은 온통 흰색 옷들로 가득 차 있다. 치렁치렁 춤을 추듯 걸려 있는 드레스, 날아갈 듯 가벼운 블라우스, 원무를 그리듯 너풀거리는 원피스…. 사랑스럽고 귀여운 혹은 우아한, 뭇 여성들이 동경하는 흰 옷들이 검은색 옷장에 걸려 있다.

왜 옷일까. 조선시대 책가도(冊架圖)의 상징을 현대화했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그는 “책가도는 선비들의 자아과시 수단인 동시에 서민들의 계층상승 욕망이 담겨 있는 그림”이라며 “아이템 자체는 생활필수품이지만 본연의 기능을 벗어나 사회 권력처럼 인식되고 상징된 그림”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시대를 상징하는 징표는 뭘까 고민하다가 찾은 게 옷”이라고 덧붙였다. 주제 뿐 아니라 형식도 책가도에서 따왔다. 책가도는 서양화의 투시도와는 달리 여러 시점에서 본 장면을 한 화면에 구성하는 ‘확대 원근법’을 사용했다. 옷장 시리즈에서도 옷장은 옷걸이봉과 벽체 등 각각의 부분을 따로 찍어 조합했다. 가상의 옷장 느낌을 주는 이유다.

하나의 작품은 때로는 2개의 패널, 혹은 3개의 패널에 걸쳐 있기도 하다. 책가도의 병풍 형식을 차용한 것이라고.

전작에서 보였던 검은 슈트, 검은 드레스는 이번 전시에선 보이지 않는다. 흰색 드레스는 전에도 나왔지만 움직임이 더 강해졌다. 그러다보니 검은 옷장 속 흰 옷이 주는 흑백의 강한 대비를 통한 깊이감, 대상의 과장에서 오는 경외감, 그리고 패널화의 형식 등에서 바로크 예술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는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효과다.

남성 슈트는 적당한 부피의 확대를 통해 비실재감을 주었다. 너무 크거나 너무 작으면 가짜라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약간 큰 사이즈는 진짜인데도 진짜 같지 않은 생경함을 준다. 이종격투기 선수 최홍만 선수를 실제 본 느낌이 그러했다고 한다.

이번 여성 옷은 확대 대신 무빙(moving·움직임)을 통해 비실재감을 살렸다. 옷장 속의 옷이 너풀거릴 리는 없지 않은가. 던지기도 하고, 선풍기에 날리기도 하고, 흔들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구사해 찍었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가장 예쁜 순간이 포착된 옷들은, 사랑 받고자 하는 욕망의 표현이며, 그것은 과시적 욕망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자신의 작품이 회화로 비쳐지는 것에 대해 그는 “회화에 대한 욕심은 없다. 이 작품을 할 때 캔버스 프린트지가 처음 나와 사용했는데 회화적 효과가 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사진작가로서의 긍지가 대단하다.

샌프란시스코예술대학교 사진과 대학원을 졸업한 오상택은 초기엔 자화상을 찍었다. 30대 초반 풍경 작업을 거쳐 30대 중반 이후 옷, 가방, 구두, 찻잔 등 여러 아이템을 놓고 다양한 시도를 거쳤다.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전시는 3월 30일까지(02-568-0344).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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