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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최양부] 조합장이 뭐기에…

“혼탁한 돈선거 막으려면 조합장직을 무보수·비상근 명예직으로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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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1일, 우리나라 협동조합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 1328개 농축협 수협 산림조합에서 조합장을 동시에 뽑는 제1차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일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일반 시민들에게 조합장 선거는 낯설기만 하다. 조합장 선거가 돈 선거판이 되고 있다는 언론보도들을 보면서 도대체 ‘조합장이 뭐길래’ 돈으로 조합장 자리를 사려고 야단들인지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협동조합의 관점에서 보면 지금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국조합장 동시선거는 ‘정상 같은 정상 아닌 선거’다. 협동조합을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조합장 선거를 위탁 맡아 관리하는 것도, 모든 협동조합들이 한날한시에 선거를 치르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민간의 자주적이고 자발적인 자조단체인 협동조합을 공공단체로 간주하고 정부가 조합장 선거를 관리하는 나라가 세계에 어디에 있는가.

조합장을 이렇게 요란스럽게 직선으로 뽑는 나라도 없다.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만든 경제사업체이기 때문에 이를 대표하는 조합장은 대부분 대의원회에서 선출된 이사들이 모인 이사회에서 이사 가운데 호선하는 방식으로 선출된다. 그리고 조합장은 비상근 명예직으로 무보수 봉사직이며 업무추진비 정도 실비로 지원받는다.

그런데 우리 농축협의 조합장들은 억대 연봉과 복지수당은 기본이고 조합에 따라 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업무추진비와 연간 수십억원에 이르는 교육지원비를 편성·집행하고 있다. 인사권과 예산권을 장악, 조합을 좌지우지하면서 사유화하고 있다. 조합장에 당선이 되면 지방유지의 반열에 오르고 선출직이란 점을 이용해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에도 개입하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출세기반으로 조합장직을 사용하고 있다. 조합장에 당선만 되면 돈도 명예도 권력도 저절로 굴러들어오니 조합원의 경제적 권익 증대보다 자신의 이익에만 관심을 가진 지방 유지나 정치꾼, 농협 임직원 출신 등 ‘깡통 농업인’들이 조합장 자리를 탐하고 덤벼들어 조합장 선거는 언제나 경쟁이 치열하고 혼탁하다. 더군다나 후보자 토론회도 합동연설회도 없고, 조합원도 못 만나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선거를 하다 보니 자연히 돈 선거가 판을 치게 되었다.

비정상의 조합장 선거를 정상으로 되돌릴 방안은 없는가. 세계의 모든 협동조합이 하는 방식대로 협동조합의 정신과 원칙에 맞는 조합장 선거방식을 채택하면 된다. 우선 조합장직을 무보수 비상근 명예직으로 고쳐야 한다. 그리고 조합원 직선제 대신 이사회나 대의원회에서 뽑는 간선제를 택하면 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농협구조를 개혁하고 농협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이다.

이제 농협에 대한 지도감독권을 가지고 있는 정부(농림축산식품부와 기획재정부 등)가 직접 나서야 한다. 1989년 민주화 바람을 타고 정치적으로 조합장직선제가 처음 실시된 후 25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우리 농협은 ‘농민을 위한 농협’이란 미명 하에 국가로부터 각종 특혜지원을 받으며 성장해 왔다. 그러나 조합원 농업인들이 생산하는 농산물을 파는 유통판매 사업은 뒷전이고 돈 장사에만 열을 내는 이익집단이 되었다.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들은 일그러진 농협의 민낯을 보게 되었다. 아무리 돈선거 추방을 외치고 백번을 다짐해도 근본이 바뀌지 않는 한 모든 것이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이번 3·11선거를 계기로 농협의 근본을 바로잡는 국가적인 ‘농협 바로세우기’에 나선다면 농협에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농협을 협동조합답게 만드는 것만이 항구적으로 조합장 선거의 소란을 없애는 길이다.

최양부 농협바로세우기연대회의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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