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피플] 홈스쿨링으로 서울대 합격한 17세 조시현군 스토리

개척교회 목회자 가정의 형편으로는 학원 한 번 제대로 보내기 어려웠다. 그래도 아들은 늘 성적이 좋았다. 남달리 공부를 잘해 초등학생 때부터 주목을 받더니 중학교 반 배치고사에서 수석을 차지해 입학식 때 신입생 대표로 선서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등생 아들은 부모에게 “짜여 있는 틀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자퇴를 선언했다.

“제가 보기에 대한민국 학생들은 획일적인 교육 체계에서 괴롭게 공부하고 있어요. 전 세상이 요구하는 공부가 아니라 제가 행복한 공부를 하고 싶었습니다.”

중학교 자퇴 후 홈스쿨링으로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올해 서울대 사회과학계열에 합격한 조시현(17)군 얘기다. 조군은 동급생이었던 친구들이 고등학교 2학년에 진급하는 오는 3월 서울대 신입생이 된다.

지난 22일 조군의 아버지 조영성(53) 목사가 목회하는 경기도 시흥의 한 상가교회에서 조군을 만났다. 인터뷰 자리에는 조 목사도 동석했다.

조군은 2011년 서울 신목중학교에 입학한 지 2개월 만에 자퇴서를 냈다. 담임교사는 ‘유명 사립고도 충분히 갈 수 있다’며 자퇴를 만류했다. 뛰어난 성적 때문에 평소 예의 주시했던 한 학부모는 안면이 전혀 없음에도 교회로 찾아와 ‘똑똑한 아이를 망치면 안 된다’며 자퇴를 말렸다.

그러나 조군은 흔들리지 않았다. 학교 수업시간엔 졸거나 학원 숙제를 하고 방과 후 밤늦게까지 학원을 전전하는 교육현실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교육 열기가 높은 동네에 살았지만 형편이 어려워 학원에 보낼 수 없었습니다. 지적 욕구가 큰 아이인데 부모가 도와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항상 미안했지요. 그럼에도 구김살 없이 자라준 아이가 고마웠는데 돌연 ‘학교를 떠나 스스로 공부하고 싶으니 생각할 시간을 달라’는 거예요. 굉장히 놀라서 자퇴는 안 된다고 극구 반대했지만 아이가 차분히 설득하더군요. 집에서 공부해도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고요.”(조 목사)

부모 허락을 얻어 자퇴한 조군은 매일 도서관에서 철학, 과학, 신앙 등 다방면의 책을 읽고 여러 개의 신문을 읽는 생활을 한동안 반복했다. 책이나 신문에서 궁금한 주제가 나오면 밤늦게까지 아버지와 토론했다. 시간표도 과목도 없는, 그야말로 자유로운 공부였다.

‘자신이 행복한 공부’에 만족하던 그가 입시공부를 시작한 건 자퇴한 이듬해부터다. “신문을 보면서 사회 부조리가 계속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대학 진학에 크게 뜻을 두진 않았는데 신문을 보며 마음을 바꿨어요. 대학에서 공부해 사회적 약자를 돕는 정의로운 법관이 되겠다고요.”(조군)

2012년 8월 고입 검정고시와 2013년 4월 고졸 검정고시를 치른 그는 본격적으로 대입 준비에 나섰다. 과목별로 문제 유형을 분석하고 풀이방식을 정리하는 식으로 학업계획을 짜 공부했다. 하지만 조군도 입시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불안감에 휩싸인 그를 지지해 준 건 신앙이었다.

“좋은 결과가 안 나올까 걱정하니 아버지께서 ‘매일 성경을 펴 묵상하면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인도해주신다’고 조언하셨어요. 그때부터 수능 시험일까지 가방에 성경책을 넣고 다녔습니다.”(조군)

곁에서 아들 이야기를 듣던 조 목사는 자주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10여년간 목회하며 서울 목동, 경기도 시흥과 남양주 등에 개척교회 6곳을 세웠다. 교회가 없거나 사라질 위기에 놓인 곳에 교회를 세우고, 자리를 잡으면 다른 교회를 개척해 떠나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자녀교육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개척교회 목사들이 대개 그렇지만 저도 목회하며 사례비 한 번 받은 적이 없어요. 옷 책 휴대전화 등 많은 걸 아이에게 못해줬지요. 시현이 합격 소식을 듣자마자 이런 생각을 했어요. ‘정말 끝까지 주를 위해 충성하니 이런 복을 허락해 주시는구나….’”(조 목사)

조군은 다음 달부터 주말마다 교회에서 무료 공부방을 열기로 했다. 재능기부를 통해 어려운 아동·청소년들을 돕고 싶어서다. 그는 어려운 가정 형편 등 여러 이유로 홈스쿨링하는 이들에게도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흔히 가는 길은 아니지만 자신감을 갖고 꿈을 향해 걸어갔으면 좋겠어요.”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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