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 새판짜기 급류… 정의당 “적극적으로 만나자” 국민모임 “합당 배제할 필요 없어”

이미지를 크게 보려면 국민일보 홈페이지에서 여기를 클릭하세요

정의당 천호선 대표는 15일 “더 큰 진보정치를 바라는 분 모두를 적극적으로 만나겠다”고 밝혔다. 신당을 추진 중인 ‘국민모임’과 정동영 전 의원도 만나겠다고 했다. 국민모임 측은 “하나의 대중적 진보정당까지도 나가야 한다”고 화답했다. 제3의 진보신당 창당이 가속화되고, 원내 유일 진보정당인 정의당이 유연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진보정치의 새판 짜기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탄생 전부터 가까워지는 정의당과 국민모임 신당=천 대표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진보의 힘을 모으는 것이 정의당에 주어진 사명”이라며 “혁신경쟁을 통해 야권의 판을 바꾸는 일에 정의당이 중심에 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재야인사로 구성된 국민모임, 노동단체,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탈당한 정동영 전 의원, 노동당 등에 앞으로 만나서 (진보진영 재편을) 논의하자고 제안한다”고 했다. 천 대표는 이들과의 통합 여부를 묻자 “진보 재편에는 무궁무진한 방법이 있고,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대답했다.

그는 “감히 과거의 운동권 이념을 완전히 털어버린 정당이라고 말씀드린다”며 “과거 진보정치에서 보여준 폐쇄적 문화는 이제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에 대해서는 “지도부의 패권적 행태에 대한 정치적 책임이 남아 있는 만큼 함께할 생각은 없다”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새정치연합에 대해서도 “지향하는 가치가 다르다. 당내 누구도 함께하자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새정치연합 차기 당 대표에게는 독일식 정당명부제 등 선거제도 개혁 논의를 위한 ‘원 포인트’ 회동을 제안했다.

국민모임은 천 대표의 제안을 환영했다. 국민모임 공동대표인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식적인 제안은 처음 듣는다”며 “야권 재편을 위해 정의당과 대화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가능하면 하나의 대중적 진보정당까지도 나가야 한다”며 “합당도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4월 재보선, 2016년 총선 야권연대 가능성은=양측이 연대 및 통합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당장 4월부터 가시화되긴 어려워 보인다. 정의당은 4월 국회의원 보궐선거 3곳에 후보를 내겠다고 했다. 국민모임 역시 4월 국회의원 선거에 후보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천 대표는 “이제 야권 지형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다음 총선까지 요동칠 것”이라면서도 “(4월에) 야권연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다.

국민모임 측은 보다 적극적이다. 국민모임 양기환 대변인은 통화에서 “4월부터 야권연대가 가능하다”며 “다만 의석 몇 개 얻자는 선거공학적 연대는 안 된다”고 말했다.

양측이 연대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진보진영 재편의 주도권은 빼앗기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역 국회의원 5명을 보유한 정의당의 경우 노동당과의 통합작업이 먼저다. 천 대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제안하고 다듬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모임은 정동영이라는 유력 정치인이 합류하기는 했지만 연대 및 통합 논의에 앞서 정치적 영향력과 존재감을 증명해야 한다.

현재로선 정의당과 국민모임 모두 전국선거는 물론 4월 보궐선거조차 독자적으로 치르는 데 한계가 있다. 후보가 난립하면 전패가 불가피하다. 때문에 각자의 명분을 내세우면서 선택과 집중을 해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엄기영 최승욱 기자 eo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