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조준모] 장그래를 위한 가교 노사가 만들자

Է:2015-01-08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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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타령보다는 법의 내용을 협치역량으로 승화시켜 함께 정규직 전환을 도와야”

[시사풍향계-조준모] 장그래를 위한 가교 노사가 만들자
지난해 12월 정부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름이 비정규직 종합대책이지 고용보험, 최저임금, 특고(특수형태근로종사자), 기간제, 파견, 도급 등 노동 관련 제도 개선안을 총망라한 정책이라고 판단된다. 그럼에도 노사의 비판은 유독 회사와 본인 희망 하에 사용기간 연장을 주축으로 하는 일명 ‘기간제 2+2법’에 집중돼 있다. 노동계는 이를 비정규직 양산법이라 비판하고 경영계는 퇴직금 및 이직수당 지급이 부당한 부담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비판의 마케팅 노력 차원에서 최근 종영한 드라마 미생의 비정규직 주인공 장그래의 이름을 따서 ‘장그래법-안그래법’이라 부르며 국민감성을 자극하기 좋은 색채로 기간제법 내용만 도려내어 비판의 포화를 집중하는 느낌이다.

많은 전문가들도 백가쟁명(百家爭鳴)식 주장과 평가는 하지만 그래도 여야 합의가 어려운 입법부 구조를 감안해 노동 개혁보다는 노동 타협을 도모하는 것이 정부의 현실적인 차선책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를 반영하듯 비정규직 종합대책 겉표지에 보면 ‘동 정부안은 노사정위원회에서의 논의를 위한 안으로, 노사정위원회 논의 결과를 반영하여 추후 확정될 예정’이라고 기술돼 있다. 즉 3월까지 노사 타협안을 반영하겠다는 입장인데 노사가 합의만 할 수 있다면 최대한 정부안을 수용해줘야 노사정 간 신뢰 구축이 가능할 것이다. 만일 합의하지 못하고 각자의 주장만 난무한다면 유럽 노동 개혁 사례에서 보듯 정부안을 원안으로 하되 공익 전문가 집단에 의해 세부 내용이 정치화된 안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대한 노사 대타협의 방향성은 무엇일까? ‘만약 개별 사업장 노사가 고용노동부 장관이라면 어떻게 비정규직 제도를 설계할까’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현재 정부안이 자신들의 사업장 특성에 맞지 않는다면 집단적 합의 하에 우리 사업장에는 ‘현재와 같이 기간제 상한 2년으로 가자’ 아니 ‘차라리 ‘4년으로 가자’ 아니 ‘4년 이상을 요구하자’, ‘우리는 임금 동결해 그 재원으로 기간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원해 임금 차별을 완전히 없애자’ 등 사업장별로 다양한 형태의 안이 설계될 수 있다.

이 경우 정부는 입법안을 발표하고 전국 단위 노사는 일제히 맹비난하고 국회에서 정부안이 제동 걸리는 식의 구태가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왜냐하면 현행법이라는 기본 그림 위에 사업장 단위 노사가 스스로에 맞는 정규직-비정규직-파견-하도급의 그림을 노사 스스로 그릴 수 있기 때문에 정부 탓을 할 필요가 없다. 다만 스스로 그리는 그림에 노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안이 싫으면 현재 상태에 안주해도 그만이다. 그러나 잘못 그리는 그림에는 회사가 망해 노사 모두 공멸할 수 있고 잘 그리는 그림은 노사가 좋은 일자리까지 창출해 국민의 박수를 받게 된다. 다양한 그림은 수시로 언론에 공개되어 옥석 가리기를 통해 ‘이기적인 노사관계’ 혹은 ‘국민기업’ 등의 차등적 평가를 받게 된다. 정부도 현재 안에 노사 협치를 위한 합의 시 최대한 의견을 존중해 노사 대타협의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노동의 세계에서 아무리 좋은 법도 노사가 악용하면 악법이 될 수 있고 악법도 노사가 힘을 합치면 부작용을 중화시킬 수 있다. 즉 ‘법의 효과=법의 콘텐츠×노사의 협치 역량’의 공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 이제 장그래법이니 안그래법이니 법 타령보다는 법의 내용을 협치 역량으로 중화·승화시킬 수 있도록 노사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업장에 더 많고 더 좋은 일자리 창출이 이뤄질 것이다. 이제 ‘장그래를 위한 노동시장 가교를 우리 노사가 만들어주자’운동을 펼쳤으면 한다. 가교는 비정규직 장그래가 정규직으로 건너가기 위한 다리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 노사가 양보해야 할 일, 장그래 스스로 노력할 일 등을 서로 고민해 보자는 것이다. 남 탓, 법 탓 말고 우리 모두 장그래의 가교 건설을 위해 팔을 걷어붙여 양보와 배려를 하자는 것이 신년 벽두에 더 진정성 있는 구호가 아닐까.

조준모(성균관대 교수·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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