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수 목사의 남자 리뉴얼] 인생 재발견

남자들의 인생은 끊임없는 신대륙 발견이다. 대부분의 남성은 정체된 삶을 살기보다 무언가 새로운 삶에 도전하길 희망한다. 안정적인 유형의 남자들도 겉으로 내색하진 않았을 뿐 속으로는 자신이 새롭게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나선다. 새로운 삶의 자극을 필요로 하는 남자들은 새로운 직위와 새로운 차, 새로운 전자제품을 환호한다. 더 나은 것에 대한 성취 본능이 남자들에게는 존재한다. 새로운 삶이란 무엇일까? 전혀 다른 차원의 삶이 아닌 현재 내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이를 새롭게 인식하는 데서 시작한다.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던 것이나 만난 적 없는 사람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게 아니라 이전부터 함께했던 것과 더불어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것이다. 지나온 시간이 없다면 현재도 없고 우리가 바라는 미래도 없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작스러운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여보세요?” “제가 이 전화를 끊고 나면 결정을 하려고 합니다….”

정신이 번쩍 났다. 죽고 싶어서 전화한 것이다. 더 살기 힘들어서 더 살고 싶지 않아서 고민하고 갈등하다가 전화했다고 한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난간에 서 있는 남자를 땅으로 무사히 내려오게 하는 심정으로 천천히 들어주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깊은 좌절에 빠지는 남자였다. 주변 사람들의 사랑을 확인해주면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가 얼마나 의미 있는 존재인지를 하나하나 발견해나가고 확신시키는 가운데 점점 목소리에 생기가 돌았다. 자신의 삶에 주신 축복들이 얼마나 많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깨닫게 된 것이다. 그는 이제 자살하고 싶어 올라선 인생의 난간에서 평지로 내려오게 되었다. 전화기 너머로 죽고 싶을 만큼 힘든 남자의 인생을 들으며 가슴이 아팠다. 난 마음을 쓸어내리며 생각했다. “왜 남자들은 이렇게까지 자신의 인생을 힘들게 만든 것일까? 왜 자신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상대적 가치로 자신의 인생을 곤고하게 만드는 것일까?” 주어진 일을 감당하기에도 급급한 남자들은 이렇듯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지 못하고 살아간다.

최근에 중년기 부부들과 함께하는 부부 워크숍을 진행하였다. 그 자리에 함께 참석했던 한 부부는 다른 부부의 힘들고 어려운 관계를 보면서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힘겹고 어려운 부부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가정 안에 있는 행복의 크기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흔히 하는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말과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자신들에게 없다고 생각한 것들이 많이 있더란다. 그래서 아내와 살아온 지난날을 뒤돌아보며 감사의 말을 나누다보니 행복해졌다고 한다. 가끔 다투기도 하지만 믿음 안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재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20여년 살다보니 사랑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사랑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무디어지고 익숙해진 데 문제가 있었다. 따라서 우리 집에는 없다고 생각한 행복을 찾아 집 밖으로 나갈 것이 아니라 가정 안에서 다시 발견하면 된다. 행복하게 잘살겠다는 다짐보다 중요한 것은 지나온 시간 속에서 찾아낸 행복이 오늘은 물론 앞으로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음을 확신하는 것이다.

금광석을 캐내었다고 금반지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조개에서 진주를 찾았다고 진주목걸이가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금광석이 금반지로, 진주가 진주목걸이로 재탄생하기까지는 실로 많은 과정을 필요로 한다. 처음 발견한 그 모습을 전부로 생각하고 지금 내가 보고 알고 있는 것을 전부로 여긴다면 불행한 인생으로밖에 평가할 수 없다. 내게 인생에 대한 감사가 없는 것은 가진 것이 없고 이룰 것도 없다는 실패감이 이미 마음을 정복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나온 인생이라도 재발견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에 비해 성공한 인생이라고 평가할 순 없지만 나 스스로 성실하게 살아왔고 최선을 다했다면 성공한 인생이다. 그동안 내가 이룬 일들이 의미 있다면 나는 의미 있는 인생을 살아온 것이다. 지나온 시간만큼 이룬 것도 많을 것이다. 인생의 재발견은 그동안 여러 가능성에도 자신을 차단한 무기력으로부터 자신을 치유하는 것이다. 의외로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스스로 가난뱅이의 인생을 살아가는 남성들이 많다. 하지만 내 안에서 인생을 재발견한다면 젊은 날 푸른 꿈을 가진 사람으로 변화될 것이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희망찬 미래를 꿈꾼다. 행복한 미래에 대한 희망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내가 지금 무엇을 가졌는지 내 인생 자산부터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지나온 삶 속에 함께한 가족들, 삶의 현장에서 포기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문제를 극복해낸 수많은 경험들, 온갖 유혹 속에서 나를 지켜준 믿음의 말씀과 신앙의 가치들, 나를 사랑해주고 나를 위해 기도해주는 주변 사람들은 지금 내 인생을 새롭게 만들어줄 인생 자산이다. 남자들이여,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감사하고, 자신을 격려하며 미래를 향해 힘껏 달려보자.

이의수 목사(사랑의교회 사랑패밀리센터·남성사역연구소장)

◇약력 △숭실대 대학원 평생교육학 박사 △저서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 ‘남자를 이끄는 힘’ ‘남편의 무릎으로 세우는 우리가정’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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