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린더는 한 개인으로서, 그리스도인으로서, 가족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친구로서 어떤 사람이 되는가를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거기에는 관계 형성을 위한 각종 모임, 직장 업무와 관련한 미팅, 회의 등 일정들이 수두룩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일 중 하나가 새로운 캘린더에 주요 일정을 옮겨 적는 게 아닐까. 어느새 새 캘린더 네모 칸은 이런저런 일들로 채워지게 된다. 그러면 우리는 또 말하겠지. “바쁘다, 바빠!” 이렇게 정신없이, 분주하게 살아가는 게 과연 잘하는 일일까.
미국에서 가장 큰 교회 중 하나이자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윌로크릭커뮤니티교회를 담임하는 저자는 이에 대해 단호하다. “고갈되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진짜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 심플, 단순해져라.”
일로 보면, 크리스천 리더로 누구보다 복잡하고 스트레스 가득 찬 삶을 살아온 저자가 아니던가. 어느 날, 그러니까 저자의 어린 딸이 저녁 회의 참석차 서둘러 나가는 아버지를 향해 “오늘 밤에도 또 나가시는 거예요?”라고 말하는 순간, 그는 깨달았다. “그동안 내가 ‘스케줄의 노예’로 살아왔구나.” 그리고 현재 처한 상황을 다른 관점에서 보기 시작했다.
“나는 스케줄을 짤 때 얼마나 하나님을 개입시키고 기도하며 성령의 지혜를 간구하는가? 내가 그냥 일을 좀 더 많이 빠르게 처리해 내려고 매일 배당된 똑같은 시간에 더 많은 활동들을 잔뜩 쑤셔 넣고 있는 것은 아닌가?”(59쪽) 아버지의 부재 가운데 살아온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본 저자는 “보통 아빠가 아닌 탁월한 아빠가 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야 할까?”를 고민했고, 그동안 자신의 스케줄에 없었던 네 글자를 적는다.
‘홈(HOME)’. 교회 사역을 위한 약속, 당회, 이사회, 건축부지 미팅 등과 똑같은 중요성을 ‘가정’에 부여한 것이다. 저자는 “30여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그 중대한 결정이 내 가족에게 세대를 거쳐 영향을 준 것을 볼 수 있다. 우리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은 하나님이 내게 주신 가장 큰 선물 가운데 하나”라고 고백했다.
저자가 책에서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우리는 모두 매일 일어나는 표류에 맞서 싸워야 한다. 과도한 스케줄, 정신이 멍할 정도의 분주함, 끝없는 미팅들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중요한 일들을 방치하고 오히려 중요하지 않은 일들로 스케줄을 채우기 쉽다. 단순화된 삶을 위해서는 반드시 매일 목적을 따라 움직여야 한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캘린더에 적고 실천하는 데 전적으로 헌신하기 전까지는 지금 당신의 모습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시작하라. 지금 시작하라. 그리고 하나님 나라와 의를 먼저 구하는 우선순위들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주는, 캘린더가 주는 변화의 힘을 활용하라.”(78쪽)
중요한 일을 잊고 살지 않기 위해 그리스도인은 심플해져야 한다. 어떻게 단순해질까. 탈진에서 충전으로, 무리한 일정에서 정리된 삶으로 갈 수 있는 10가지 실천 사항을 책에 소개했다.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것은 ‘하나님과의 연결’이다. 15분 동안 조용한 곳에 앉아 묵상의 시간을 갖는 것, 매일 하나님과 그 시간을 보낼 때 가장 큰 에너지원을 보충할 수 있다. 또 용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용서하지 못한 일로 자신이 사로잡히지 않게 하라. 보다 의미 있는 일에 투자해야 할 시간과 에너지를 그 고통으로 인해 빼앗기지 말아야 한다”(179쪽)고 권면한다.
가치 있는 삶으로 우리 삶을 단순화하기 위해선 대인관계도 가지 쳐야 한다. 우리 인생에 영적, 감정적, 그리고 관계적 열매를 맺을 새로운 성장을 위한 공간을 조성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친구관계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이 밖에 직장생활을 재정비하고, 생명의 말씀을 찾음으로써 내면의 어수선함을 정리하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2015년 캘린더를 보자. 네모 칸을 채울 나만의 특별한 단어는 무엇인가. 저자는 ‘홈’이었다. 변호사란 직업에 만족하지 못했던 존 그리샴은 매일 아침 ‘글을 쓰라’고 남겼고, 소설가가 됐다.
“일의 결국을 다 들었으니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명령들을 지킬 지어다 이것이 모든 사람의 본분이니라.”(전 12:13) 복잡한 생각들을 하나님 중심으로 단순하게 재정비하는 것부터 새해에 실천해 보자.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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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성] 당신의 스케줄, 뭘로 채우시겠습니까?
심플/빌 하이벨스 지음, 캐런 채 옮김/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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