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도 세입자도 “만족”… 무보증 월세 늘어난다

다음달 초 첫 직장 출근을 앞둔 홍모(28)씨는 고향인 대전을 떠나 회사에서 가까운 서울시 양천구에 거처를 마련하기로 했다. 1년이 넘도록 일정한 수입 없이 취업 준비를 한 탓에 모아둔 돈이 없어 전세는 포기했다. 월세로 눈을 돌렸지만 이마저도 보증금이 부담스러웠다. 얼마 전 취업 소식을 전해드린 부모님께 다시 손을 벌리고 싶지는 않았다. 발품을 팔아 집을 알아보던 중 한 부동산중개소에서 보증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월세 매물을 추천해줬다. 한 달 분량의 월세를 선납하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저금리 시대, ‘물 만난’ 무보증 월세=보증금 없이 월세만 내고 사는 ‘무보증 월세’가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 저금리 기조에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보증금으로 이자소득을 바라는 것보다 보증금을 받지 않는 대신 매달 받는 돈의 액수를 필요할 때 올리는 편이 이득이다. 세입자들은 목돈 마련에 대한 걱정 없이 간편하게 집을 구할 수 있어 무보증 매물을 선호한다. 서울시 영등포구 S부동산중개소 관계자는 28일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이동이 잦은 직장인 등 주로 20·30대 젊은층에서 무보증 월세를 찾는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초 보증금이 걸려 있던 매물을 임대인과 임차인이 협의 과정에서 무보증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월세 거래량은 통계가 정확하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집주인들은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를 피하려, 세입자들은 월세 인상 등을 우려해 당국에 신고하지 않는 사례들이 있어서다.

더욱이 무보증 월세는 주택 임대차 거래량 집계에 거의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추산된다. 보증부 월세는 보증금을 떼일 우려 때문에라도 세입자들이 신고를 하지만 무보증 월세는 확정일자 없이도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어 누락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전체 주택 임대차 거래 가운데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연간 기준으로는 처음 40%를 넘어섰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11월 말까지 확정일자 기준으로 집계한 전국의 주택 전·월세 거래량에서 월세의 비중이 41.0%를 기록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무보증 월세까지 감안하면 실제 월세 비중은 전세를 이미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쉽게 생각했다가는 낭패=부동산114는 무보증 월세를 계약할 때 유의해야 할 점들을 소개했다. 우선 시설물의 하자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잠깐 살다 나올 생각에 덜컥 계약했다가 나중에 복구비를 무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또 무보증 월세는 통상 계약서에 ‘3일 이상 월세를 연체할 경우’ 등으로 강제 퇴실 조건을 규정하기 때문에 계약서도 꼼꼼히 읽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월세 인상 한도 제한 등의 보호를 받기 위해선 전입신고는 가급적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