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원종 “인문학적 코드 담긴 작품 만들고 싶었어요”

지난 11월부터 서울 종로구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공연중인 연극 ‘맨 프럼 어스’는 동명의 미국 영화(2007)를 원작으로 한다. 연극으로는 이번 무대가 세계 최초다. ‘스타트랙’ ‘환상특급’ 등 미국 유명 SF TV시리즈를 쓴 작가 제롬 빅스비가 20년간 대본을 썼고 사후 그의 아들에 의해 영화화됐다.

SBS ‘야인시대(2002)’, MBC ‘기황후(2013)’, 최근엔 SBS ‘비밀의 문’에 출연하는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여온 배우 이원종(48·사진)이 이 영화를 본 뒤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연극으로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제작을 자청했고 작품을 통해 프로듀서로서 첫 발을 내딛었다.

26일 오후 서울 대학로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두 달 간 매일 공연장에 나와 미흡한 점을 조율하고 있다”는 그의 말에 이번 작품을 향한 열정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는 개막전 작품을 기획하고 연출과 작가와 조율하는 일부터 캐스팅, 개런티 조정 등을 모두 도맡아했다. 작품 속에서 인류학 교수 댄 역할을 소화하면서 매 회 연극을 관람하고 러닝타임을 체크하고, 배우들의 호흡을 만들어가는 역할도 한다. 관객을 모으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인문학적인 코드가 담긴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최근 대학로에 웃고 즐기는, 한 번 보고 기억에서 사라지는 작품이 많다는 것에 갈증이 있었거든요. 물론 제가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도 컸고요. 첫 무대 후에 벅차고 형언할 수 없는 즐거움을 느꼈죠.”

작품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대학교수 존 올드맨의 주장으로부터 시작된다. 종신교수직을 거절한 채 사직서를 제출한 그는 송별연에서 폭탄선언을 한다. 자신이 1만4000년 간 늙지 않고 지구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송별회에 모인 교수들은 생물학, 심리학, 미술사학, 역사학, 고고학, 인류학 등의 자신의 전문적인 잣대로 올드맨의 주장을 반박한다. 올드맨과 동료 교수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토론 속에 인간사가 녹아있다.

이원종은 “우리가 믿고 있는 사실들이 과연 진짜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결국에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는 작품”이라고 했다.

출연 배우 또한 쟁쟁하다. 이원종이 25년간 쌓아온 인맥을 총동원해 직접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문종원(35), 박해수(33), 여현수(32)가 주인공 올드맨 역을 맡았고 김재건(68) 정규수(57) 서이숙(47) 등 탄탄한 내공을 가진 세대별 연기자들이 나선다. 걸그룹 애프터스쿨의 멤버인 이주연(27)도 눈에 띈다. 제작에는 현재 연극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최용훈(51) 연출, 배삼식(44) 작가가 참여했다.

이원종은 좋은 작품들을 대학로 연극 무대에 소개하려는 꿈을 갖고 있다. 물론 연기도 쉬지 않겠다고 했다.

“프로듀서를 해보니 배우들이 원하는 작품, 재미있어 하는 작품이 눈에 보이더군요. 배우들이 즐거워야 관객들에게도 에너지가 전해집니다. 희로애락을 품고 있는 작품을 계속 만들고 싶어요. ‘이원종이 제작한 연극은 얻어가는 게 있더라’ 느끼게 할 겁니다. 내년 쯤 창작극 한 편을 계획하고 있어요.”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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