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반항아, 말씀 전하는 래퍼가 되다… 힙합하는 청소년 선교사 서종현

빡빡 깎은 머리에 우람한 체격, 다른 사람들을 압도하는 무서운 인상. 왕년에 힘 좀 썼을 듯한 분위기다. 선교사란 그의 직업을 알지 못했다면 여전히 편견 가득한 눈빛으로 보았을 것 같다. 그러나 그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이런 겉모습과 다르게 그는 따뜻한 남자였다.

하나님의 뜨거운 사랑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 하는 서종현(30·안산제일교회) 선교사. 소년원, 교회 등 이 시대 청소년과 청년들을 위해서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청년사역자다. 또 찬양 음반을 제작하는 주청프로젝트선교회 대표이자 ‘미스터탁’이란 뮤지션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힙합을 통해 복음을 전한다는 그를 1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그에게 담겨진 청소년기의 추억은 싸움, 반항, 방황의 연속이다. 학교에서도 싸움 잘하기로 유명한 그를 힘으로 건드릴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고 약자에게 나쁜 행동을 한 비행 청소년은 아니었다. 하지만 싸움 좀 한다는 친구들과 어울렸고 그들의 리더였던 그를 바라보는 학교의 시선은 차가웠다. 자신에게 편견의 잣대를 들이대던 학교에 흥미를 붙이지 못했다. 공부 대신 좋아하는 음악, 그중에서도 ‘힙합’에 눈길이 갔다. 시간 날 때마다 춤 연습을 하고 힙합 음악 공부를 했던 그는 조금씩 뮤지션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세상은 힙합을 비주류로 분류하며 냉대했다. 그래도 힙합 음악은 그에게 유일한 안식처였다.

그는 20대 초반 ‘정신병원’에 입원까지 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공군 입대를 자원했지만 훈련소에서 단체생활에 적응할 수 없다는 군의관 소견으로 중도 퇴소했다. “정신과 폐쇄 병동에서 입원생활을 하며 그놈의 정밀검사를 위해 중학교 시절에 겪은 온갖 상처들을 모조리 꺼내놓아야 했어요. 나를 이리 저리 휘갈기던 시커먼 출석부의 기억부터 ‘너는 쓰레기야’라고 윽박지르던 학생주임 선생님의 목소리까지 말이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광야 같았던 그곳에서 하나님을 만났다. “정신질환 환자들의 얘기를 계속 듣다 보면 답답하고 우울해요. 그들은 똑같은 말을 수없이 반복하지요. 우울하게 지내던 어느 날 그들의 이야기를 랩 가사에 담았어요. 그들의 삶을 가사에 담다가 문득 어릴 때부터 수없이 들어온 ‘예수님’ 생각이 났어요. 그러면서 그분과 다시 친해지게 됐죠.”

퇴원 후 그는 힙합으로 천국을 말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래퍼 뮤지션’으로 다시 태어났다. 어느새 전국을 누비며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선교사가 되어 있었다.

서 선교사는 소년원에서 꽤 유명한 스타 강사다. 복음으로 변화된 그의 간증은 소년원 친구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강한 도전을 준다. 소년원에서 서 선교사처럼 양말 벗고 편하게 아이들과 소통하며 설교하는 강사는 없다. 그로 인해 복음을 알게 돼 제2의 인생을 사는 소년원생이 수도 없이 많다.

“그 친구들이 퇴소하면 저를 찾아와요. 두부를 같이 먹으며 얘기하면 90% 정도가 전도되는 것 같아요. 전도받고 변화받아 저랑 같이 소년원 강의 다니는 친구도 있어요. 전국 소년원을 다니며 몇 백개 강의를 하다보면 육체적으로 힘들어요. 하지만 이들이 저처럼 하나님 때문에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을 보게 되면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그는 래퍼의 감성을 지녔다. 아무 숫자나 눌러 저장한 예수님 번호가 있을 정도다. 머리 긴 사람을 보면 예수님부터 생각난다. 탁자를 보면서 목수였던 예수님을 떠올리고 목공 체험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톡톡 튀는 그의 개성은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됐다.

“자신의 단점까지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됩니다. 그게 하나님의 마음입니다. 하나님으로부터 ‘있는 모습 그대로 널 사랑해’란 음성을 들은 뒤 ‘1인 1색’으로 사람을 지으신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았어요. 하나님이 지어주신 모습을 찾아가는 게 우리의 사명입니다. 자기의 참 모습을 못 찾으니까 힘든 거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힘든 시대라 하더라도 세상의 가치를 따르지 않고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분의 길을 따라가면 가장 행복할 겁니다.”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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