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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유호열] 북한인권 개선에 적극 나서자

“기구와 제도를 구축하고 관련 사업 추진할 수 있도록 국회가 법 제정해야”

[시사풍향계-유호열] 북한인권 개선에 적극 나서자 기사의 사진
지난달 18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안은 이변이 없는 한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것이며 유엔 안보리에 상정되어 구체적 이행 절차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에 반대한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당장 북한 지도자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북한의 인권 유린 행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을 통한 해법에 커다란 진전을 이룬 것은 획기적인 일이다. 한국도 북한 동포들의 인권 문제라는 점에서 유엔의 권고사항 이상의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개선 노력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유린되고 있는 북한 주민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 차원에서 법과 제도적 장치들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북한에서의 인권 개념의 논리 구조와 담론 형태가 변질, 왜곡된 상태에서 국제사회와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대화를 통해 북한의 인권 구조가 개선될 가능성은 기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국제사회, 특히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라는 준거 틀을 포괄적이고 광범위하게 적용함으로써 시간을 두고 북한 내부로부터의 근본적이고 긍정적인 호응을 유도해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북한 동포들을 극심한 인권 유린 상태로부터 구출해내는 구체적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내 북한인권 관련 정책 및 법 제도를 본격적으로 정비하고 이를 체계적이고 통합적으로 관리, 통제할 수 있는 ‘북한인권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 지난 10년간 우리 국회에서는 19건의 북한인권 관련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정작 본회의에는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다행히 이번 회기 말 새누리당은 김영우 의원이 통합안을 외교통일위원회에 제출했고, 야당인 새정치연합도 북한인권 관련 북한민생증진법안을 상임위에 제출해 이번 회기 내에 북한인권법의 통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양당이 제출한 법안은 비록 북한인권 문제에 관해 상이한 관점에서 출발했지만 향후 절충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번 회기 안에 반드시 북한인권법이 채택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정치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할 것이다.

북한인권법 핵심 조항으로서 정부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헌법상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 통일부를 중심으로 합당한 기구와 제도를 구축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금이나 재단을 설치해야 한다. 통일부 장관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국회에 보고함으로써 책임성과 공신력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관련 부처인 법무부 산하에 북한인권 유린 행태를 기록하고 보존할 공식 국가 기구로서의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설치, 운영하고 외교부는 북한인권대사직을 신설해야 한다. 지난해 유엔 북한인권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국내외 수많은 탈북민들의 북한 내 인권유린 행태에 관한 생생한 증언은 현장성과 공신력으로 인해 최고 수준의 북한인권결의안을 도출해내는 데 기여했다. 따라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활동하는 수많은 탈북민과 북한인권 관련 NGO들의 지속적인 참여와 협력을 보장할 수 있도록 북한인권기금이나 북한인권재단 설립은 북한인권법의 핵심 조항으로 유지돼야 한다.

북한인권법 제정을 통해 우리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중견 국가로서의 소임을 다해야 한다. 북한인권결의안에 따라 한국에 설치키로 결정된 유엔 현장기반 조직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해나가야 한다. 북한인권결의안은 북한 당국이 자행하고 있는 반인권적 행태를 종식시키기 위한 압박 수단이지만 결국 북한 주민들 스스로 자신들의 천부적 권리를 자각하고 이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북한인권법 제정에 맞춰 북한 당국과 북한 주민들 스스로가 그들의 인권을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게 개선해나갈 수 있도록 기회와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해주어야 한다. 남북 간 인권대화와 교류 협력을 병행해 추진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유호열(고려대 교수·북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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