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한 장의 편지(사진)가 인터넷을 울렸습니다. 글 솜씨가 화려하지도 내용이 특별하지도 않습니다. 또박또박 적힌 글씨에 글쓴이의 진심이 가득 담겼을 뿐입니다.
이 편지는 부산경찰이 25일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올린 것입니다. 27일 다시 편지가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로 퍼지며 화제가 됐습니다.
부산경찰이 올린 사진에는 ‘까막눈 할머니가 한글을 배워 처음 쓴 편지’라는 설명이 붙었습니다. 우암동 인근을 순찰하던 경찰이 양달마을 행복센터에 전시된 편지를 보고 사진으로 찍어 남겼다는군요.
편지를 쓴 주인공은 이금옥(72) 할머니입니다. 이 할머니는 한 달 전 사별한 남편을 생각하며 노란 도화지에 서툰 글씨로 ‘먼저 가신 영감님에게 첫 편지’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당신이 가신 지 벌써 한 달이 지났군요. 스물한 살에 만나 오십삼년 만에 당신을 보내고 나니 너무 허전하네요.’
시에는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는 할머니의 마음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할머니는 “내가 먼저 간다고 생각했는데 당신이 먼저 가다니 믿을 수가 없다”며 “당신 있는 곳에 매일 가고 싶지만 혼자 갈 수 없어 일주일마다 자식들 오길 기다린다”고 적었습니다.
글의 끝에는 평소 잘 하지 못했던 말도 덧붙였네요. “여보 사랑합니다.”
편지는 네티즌들의 눈시울을 적시고 있습니다. “시를 읽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한 줄 한 줄이 감동”이라는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할머니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할머니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글을 모른 채 평생을 살았어요. 행복센터에 한글교실이 생겼다고 해서 참여했죠”라면서 “내 이름도 쓰지 못해 병원이나 은행갈 때 불편한 게 많았어요. 이제 긴 편지까지 쓸 수 있게 됐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매주 네 번 수업을 듣는데 몇 년을 배워도 아직 글자를 확실하게는 몰라요”라고 겸손해 했습니다.
편지는 최근 생각나는 걸 적어보라는 선생님 말에 따라 써본 것이라고 합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울적한 마음을 글로 옮기신 거죠. 자식들이 출가하고 두 분이 지내셨는데 이제 홀로 남았습니다.
행여나 할머니가 울적해하실까 걱정됐지만 괜한 생각이었습니다. 센터에는 할머니처럼 글을 배우는 분들이 30명 정도 더 계시는데 할머니는 평소 그 분들과 즐겁게 지내신다고 하네요. 실제로 할머니와 통화하는 사이 수화기 너머로 웃음소리가 계속 들려왔습니다. 50여년을 묵힌 시심(詩心)으로 인터넷을 감동시킨 할머니에게 항상 행복한 일만 생기길 기원합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친절한 쿡기자] 순찰 경찰 울린 까막눈 할머니의 첫 편지
“평소에 못했는 말 지금 합니다 여보 사랑합니다 당신에 할망구”
Ŭ! ̳?
Ϻ IJ о
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