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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박명호] 대통령제에는 소선거구제가 맞다

“국회의원 정수를 고정시켜놓고 지역구·비례대표 비율 정한 뒤 선거구 획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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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 개편이 불가피해졌다. 헌법재판소의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방식에 대한 불합치 판결 때문이다. 헌재 결정은 현행 3:1의 선거구 간 인구편차 기준을 2:1 이하로 조정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같은 선거인데 10만3000여명에서 한 명을 뽑는 것과 31만여명에서 한 명을 뽑는 것은 원칙적으로 맞지 않다. 표의 등가성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거구 개편은 당연하다. 이렇게 되면 62개 선거구를 재조정해야 한다.

선거구 개편은 선거제도 전반의 변화는 물론 개헌까지도 이어질 수 있는 폭발성 있는 사안이다. 물론 개헌은 쉽지 않다. 무엇보다 현직 대통령이 부정적이다. 따라서 일단은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때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지역주의 문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의 선거정치 과정을 지배한 것은 지역주의였다. 지역에 따라 정치적 지지가 엇갈리는 것이 지역주의고 영남과 호남이 대표적이다. 지역주의는 선거제도와 결합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지역주의 정당체계이다. 대선에서 호남과 영남은 한 정당의 후보에게 몰표를 주었고, 총선에서 영남과 호남 대부분의 의석은 한 정당이 차지했다. 현재 우리의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당선된다. 과반수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적은 득표로도 얼마든지 당선될 수 있다. 역대 총선 사상 최소 득표 차는 3표였다.

이런 맥락에서 영남과 호남에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득표율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의석을 차지했다. 득표율은 100%가 아니었지만 의석은 거의 100% 가까이 획득했다. 따라서 대표성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다양한 국민을 의석의 형태로 대표해야 하는 것이 선거제도의 핵심 조건이라면 대표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선거제도 개편이 필요하다.

호남과 영남은 인구 하한선에 미달해 선거구 조정을 통해 선거구 수가 줄어드는 곳이 많다. 전국적으로 25개의 선거구가 축소 대상인데 영남과 호남에 13개가 있다. 헌재 결정대로 선거구가 조정된다면 농촌지역의 대표성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인구 대표성과 함께 지역 대표성도 충족시키는 선거제도가 필요한 이유다.

첫째, 의원정수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의원정수가 사전에 정해지지 않은 나라도 드물다. 총 의원 정수를 우선 고정시켜 놓고 지역구와 비례대표 간의 비율을 정한 다음에 선거구를 획정하는 것이다.

둘째, 우리가 채택하고 있는 대통령제 정부형태와 제도적 정합성을 갖는 선거제도를 채택해야 한다. 대통령제를 전제하면 다당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선거제도는 대통령제와 궁합이 맞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형태와 선거제도를 보면 대통령제는 소선거구제, 내각제는 소선거구와 비례대표제의 혼합형 선거제도 또는 전국을 하나의 선거구로 하는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의 선거제도는 소선거구제를 중심으로 하면서 대표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의 보완책을 찾아야 한다.

셋째, 소선구제의 핵심은 인구 대표성이다. 그런데 인구 대표성만 고려하면 호남과 영남 선거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역 대표성이 약화되는 것이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양원제를 통해 지역대표를 확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이다. 양원제를 하려면 개헌을 해야 한다. 의미 있는 수(數)의 권역별 비례대표가 되려면 지역구 출신 의원의 수를 줄여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지역구 수를 그대로 두면서 일정 수 이상의 비례대표 의원을 가지려면 총 의원정수를 늘려야 하는데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선거제도 변화를 포함한 정치개혁은 쉽지 않다. 선거제도가 현실정치의 이해관계를 바꾸는 중요한 계기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이해득실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이 선거제도의 변화와 정치개혁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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