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드카펫’서 에로영화 감독으로 열연한 윤계상 “자칫하면 19금… 수위 조절 관건이었죠”

23일 개봉되는 영화 ‘레드카펫’은 에로영화 감독의 자전적인 스토리를 바탕으로 했다. ‘레드카펫’으로 상업영화에 데뷔하는 박범수 감독은 지난 10년간 270편의 에로영화를 찍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제작 단계에서부터 ‘19금’의 노출 연기에 대한 호기심으로 들끓었다. 에로영화 감독 정우 역을 맡은 윤계상(36) 역시 심적 부담이 적지 않았을 법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계상은 예상 외로 즐거운 표정이었다. “시사회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영화의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거예요. 에로물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영화일 거라는 선입견을 씻을 수 있게 돼 정말 기뻐요. 소재 자체가 선정적인데 이 부분을 빼면 지루해지고, 너무 많으면 삼류가 되니까 수위조절이 관건이었죠.”

그는 감독의 출연 제의에 시나리오가 좋아 단번에 응했다고 한다. “박 감독이 저랑 동갑이에요. 에로영화를 찍고 있지만 언젠가는 당당하게 레드카펫에 오르는 꿈을 가진 것에 공감을 느꼈죠. 에로영화 현장에서 벌어지는 코믹한 상황과 톡톡 튀는 감독의 아이디어 덕분에 내내 웃으면서 촬영했어요. 그렇지만 19금 영화는 아니고 15세가의 멜로 로맨스 영화랍니다.”

그룹 god 멤버인 윤계상은 올해 연기 10년째를 맞았다. 2004년 ‘발레교습소’로 데뷔한 후 ‘풍산개’ ‘집행자’ 등 20여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형성했다. 그는 “10년을 되돌아보면 조금은 느리지만 목표 지점을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가수와 배우 활동은 앞으로 반반 정도 유지할 계획이라고.

가수가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면 연기력에 대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윤계상도 예외가 아니다. “에로영화 감독에 대한 편견과 멸시가 존재하듯이 저도 그런 것에 대한 서운함이 있었죠.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말이죠. 그런데 매사에 긍정적인 박 감독을 만나고 나서 ‘내 스스로의 열등감이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모든 게 감사하고 행복할 뿐이에요.”

상업영화 한 편을 힘들게 찍었으나 에로영화 감독의 작품이라는 이유로 개봉을 거절당하고 부산국제영화제도 아닌 썰렁한 ‘태종대영화제’에 초청받아 상영하는 대목은 씁쓸하다. 그러나 막판 훈훈한 감동이 준비돼 있다. 윤계상은 “기회를 만나지 못하거나 자신이 루저라며 고민에 빠진 이들에게 꿈과 희망의 해피바이러스를 전하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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