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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양기호] 저급한 산케이 보도 대응할 가치 있나

“감정싸움에 말려들지 말고 국가의 백년대계를 세우는 한국 외교의 성숙한 대응 절실”

[시사풍향계-양기호] 저급한 산케이 보도 대응할 가치 있나 기사의 사진
일본 산케이신문에는 한국 관련 기사가 자주 나온다. 주변국 특히 중국, 한국, 북한 3개국 정부와 국민에 대해 차별과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 일본의 침략과 식민 통치로 가장 피해 받은 국가들에 최소한의 예의마저 지키지 않을 때가 많다. 한국 때리기에 집중하는 산케이신문은 한국이 없었다면 진즉 폐간되었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올 정도다. 심지어 한·일 축제 한마당을 즐기는 한국 청소년을 가리켜 ‘일본을 비판하면서 일본문화를 즐기는 이상한 한국’이라고 내리깎을 정도다. 사사건건 한국을 비방하고 얼토당토않은 논리로 한국을 모욕하는 산케이신문에 대한 반감은 적지 않다.

더구나 세월호 사태를 둘러싼 박근혜 대통령의 사생활을 들춰내면서 모 주요 일간지의 보도 내용을 왜곡해 사실인 양 단정한 것은 분명 지나친 행위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 논란이 제기되자 지난 8월 3일 산케이신문 인터넷 기사란에 박 대통령이 마치 전직 보좌관과 같이 있었던 것처럼 왜곡 보도한 것이다. 검찰은 이 내용을 보도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일본정부는 주일 한국공사를 불러 항의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주요 일본 언론들도 한·일 관계에 미칠 악영향과 언론자유 침해를 들면서 한국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한국정부도 할 말은 있다. 가토 전 지국장이 사과할 때까지 내심 기다렸지만 전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자신의 칼럼이야말로 공공선을 위한 것이며, 관용 부족이라고 한국정부를 비난했다.

원했든 그렇지 않았든 검찰의 기소로 청와대는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국내외에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국제적인 언론자유 감시자들이 한국정부의 언론과 표현에 대한 자유 억압을 우려하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 산케이신문이 악의적이고 극우적인 언설로 한국 비난을 일삼아서 일벌백계한다면 속 시원한 처벌이 될지 모르지만 사법처리로 언론을 위축시킨다면 오히려 한국정부가 비난받게 되어 있다.

청와대는 이 문제가 단순한 개인 명예훼손의 문제이며, 한·일 관계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하지만 요즘처럼 양국 관계가 미묘한 현실에서 그 말을 믿을 사람은 거의 없다. 11월 베이징 APEC 정상회의에서 한·중·일 만남도 불투명해지면서 정권 출범 1년10개월 넘게 한·일 정상회담은 열리지 못하고 있다. 해빙 무드가 움트는가 싶더니 위안부 보도를 둘러싼 일본 우익의 아사히신문 공격, 검찰의 산케이신문 전 지국장 기소로 양국 간 긴장이 다시 높아져가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앞으로도 기회만 되면 중국, 한국, 북한을 비난할 것이다. 문제는 이런 우익 언론과 정치가들의 정서가 구조적으로 바뀌기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 연구자인 제니퍼 린드(Jennifer Lind)는 전쟁의 기억이 국제사회의 화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저서 ‘사과하는 국가들: 국제정치에서의 사죄’에서 의미심장한 주장을 했다. 중국과 한국이 일본에 공식 사과를 지속적으로 요구할 경우 우익들의 반발로 일본 내 진보 대 우익 간 갈등이 커지면서 양극화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강조한다. 깨끗이 과거를 반성한 독일은 극히 예외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최근 사례는 한·일 관계를 악화시킬 소재로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일본 언론의 저급한 보도에 한국정부가 자제력을 보이는 것이다. 일본정부도 마찬가지다. 양국 간 갈등은 구조적이고 장기적이다. 일본의 우경화와 중·일 간 갈등, 전략적 연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한·일 양국 그리고 외교보다 내정에 매달리는 신세대 정치인, 여전히 부정적인 양국 매스컴의 상호 인식이 관계 개선을 가로막고 있다. 급변하는 동북아 국제정치에서 한국의 국익을 냉철하게 재검토해야 한다. 감정싸움에 말려들어서는 국가의 백년대계를 세울 수 없고, 내년 한·일 수교 50주년도 제대로 맞이할 수 없다. 높은 국격을 갖춘 한국 외교의 성숙한 대응을 기대하고 싶다.

양기호(성공회대 교수·일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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