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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박기훈] 노인 빈곤, 이렇게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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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에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7%를 차지하는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2017년에는 고령사회(14%)에 도달할 예정이며 2026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된다.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르다던 일본도 36년에 걸쳐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는데 우리는 불과 26년 만에 도달하게 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통계청의 2014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은 약 64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2.7%를 차지하고 있는데, 2060년이 되면 65세 이상 인구는 약 1800만명에 이르러 전체 인구 5명 중 2명이 노인인 시대를 살아갈 전망이다.

우리나라 노인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빈곤 문제’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2011년 48.6%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보장제도 확충이 무엇보다 급선무이나 장기적인 대응책으로는 빈곤 문제를 예방하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특히 일을 통한 소득기회 창출은 사회보장의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고령화를 맞고 있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고령 인구의 노동시장 참여를 권장하고 있다. 조기 퇴직을 시행했던 프랑스조차 조기 퇴직 제한 정책들을 통해 고령자가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독일 프랑스 스웨덴 영국 일본 등은 이미 정년 연령을 65세 또는 67세로 연장해 나가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30년 앞선 197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기 때문에 고령화사회 대응에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65세 이상 노인이 3000만명을 넘는 일본은 지금 연령에 관계없이 의욕과 능력에 따라 일할 수 있는 ‘평생현역사회’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물론 일본이 현재와 같은 정책을 실시하게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일본이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당시만 해도 정년퇴직 연령은 55세였으나 60세 정년이 법적으로 의무화된 것은 1998년 4월이다. 그러나 이후 일본의 정년 연령 연장 속도는 빨라진다. 일본은 2001년부터 후생연금의 지급개시 연령이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됨에 따라 2004년 ‘고령자고용안정법’의 개정을 통해 2013년부터는 65세 고용연장(정년제 폐지, 정년연장, 계속고용제도 도입 중 하나를 선택)을 의무화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70세까지 일할 수 있는 기업’이란 용어를 전면에 내세우며 평생 현역으로 활약할 수 있는 사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정년 연령 연장 속도는 매우 더디다. 2013년 ‘고용상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정년 연령을 60세로 상향 조정해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게 되었지만 민간기업이 이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현재 민간기업 근로자의 실질적인 퇴직 연령이 불과 53세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에서 고용 연장을 통한 노인빈곤 예방은 요원해 보인다.

그렇지만 50대에 퇴직한 근로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용의 질이 낮고 경력 활용이 미흡한 임시·일용직, 생계형 자영업, 단순노무 직종이 대부분이다. 결국 노동시장에서 일찍 퇴출되고 다시 질 높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노인빈곤 문제는 예방할 수 없게 된다. 우리는 고령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고용 연장을 압축적으로 성취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과거에는 꿈도 꿀 수 없던 장수의 축복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이를 향유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분명 쉽지 않은 일이고 때로는 고통 분담도 필요하다. 노인의 빈곤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65세까지의 고용 연장을 실행해 나갈 것인지,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일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70세까지 노동시장에서 어떻게 일하도록 만들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와 민간기업 그리고 개인이 힘을 모아 함께 이를 실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고령화 대응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박기훈 서울사이버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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