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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김삼화] 새 이혼소송 모델 정착을 위하여

“원고가 이혼사유 적극적으로 입증하고 어린 자녀의 건전한 양육에도 신경 써야”

[시사풍향계-김삼화] 새 이혼소송 모델 정착을 위하여 기사의 사진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이 무색하게 부부가 헤어질 때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격렬하게 싸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이혼법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혼소장을 들고 상담을 오거나 상대방 답변서를 받아본 당사자가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다. 나는 진실만 썼는데 상대방 답변서가 전부 거짓이라거나 또는 상대방 소장은 전부 엉터리라는 것이다. 그때부터 상대방이 쓴 내용보다 더 많이 그리고 더 자극적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소장과 답변서, 준비서면을 주고받으면서 상대방에 대한 비방은 더욱 거세지고 분량도 많아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다 보니 부부가 적절한 상담조치와 조정과정을 거치면 무난하게 합의할 수 있거나 또는 이혼하더라도 좋게 합의해 마무리하려고 생각했다가 자극적인 내용의 서면을 보면 끝장을 보려는 경우가 많다. 특히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이혼 후에도 자녀의 양육과 관련해 완전히 남남처럼 지낼 수 없기 때문에 이혼과정에서 극심한 대결을 할 경우 이혼 후 미성년 자녀의 양육으로 사사건건 대결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개선하고자 지난 24일 서울가정법원은 새로운 가사소송 모델을 개발해 다음 달 1일부터 시범 실시한다고 밝혔다. 소장에는 소송물을 특정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를 기재하고 청구원인 기재방식을 서술형으로 하기보다는 유형화가 가능한 36개 항목을 만들어 그 가운데서 3∼4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혼인파탄 사유에 대해 감정을 여과 없이 기재하는 것보다 객관화하면 이를 받아보는 상대방의 감정을 덜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새로운 이혼소송 모델은 이혼과정에서 갈등이 증폭되는 이혼 부부들에게 좀 더 합리적이고 감정소모를 적게 해 이혼을 마무리하고 이혼 후 건강한 삶과 미성년 자녀의 건전한 양육에 관심과 역량을 집중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시의적절하다.

그러나 새로운 모델과 관련해 여전히 몇 가지 제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

우선 재판상 이혼에 있어서 유책주의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원고가 이혼소장에 다투고 싶지 않아 간략하게 기재해도 상대방이 이를 거부하고 이혼 여부를 다투는 경우에는 단지 시간 연장에 불과할 뿐 원고는 준비서면에서 이혼사유를 적극적으로 주장, 입증해야 한다.

또 당사자가 위자료를 받기 원할 경우 상대방이 이에 동의하지 않는 한 상대방에게 혼인파탄책임이 있음을 적극 주장, 입증할 수밖에 없다.

또한 피고의 답변을 기다리는 동안 상대방 유책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 중 통화내역 등 일정기간이 지나면 삭제될 수 있는 자료에 대해서는 원고가 청구할 경우 피고가 답변을 제출하지 않은 경우라도 예외적으로 조회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피고가 이혼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일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새로운 소장 모델에서는 재산분할과 관련된 쟁점을 자세히 밝히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부부가 보유하고 있는 재산내역과 재산가치에 대해 소장 제출 단계에서 자세히 작성할 수 있는 당사자는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소송하는 부부는 갈등상황이 깊어 배우자의 재산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이혼소장을 내면서 원고의 재산내역을 밝히도록 하고 피고에게도 답변서 제출 시 재산내역을 밝히도록 재산명시를 명하거나 원고에게 금융재산조회 등을 하게 해 재산분할대상재산을 빨리 확정할 필요가 있다.

자녀양육과 관련해서도 양육비 산정에 관한 의견을 필수적으로 기재해야 하는데, 역시 배우자의 급여나 소득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때는 법원이 적극 개입해 부부의 소득자료를 제출하도록 하고 미성년 자녀의 건전한 양육과 복지에 신경써야 할 것으로 본다.

이 제도가 잘 정착돼 이혼 후에도 밝고 건강하게 사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삼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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