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더 많은 사람 만나려…전용 헬기 대신 KTX 타고 이동

프란치스코 교황은 차를 멈춰 세웠다. 그러더니 갓 돌을 넘긴 듯 보이는 아기의 얼굴을 감싸고 볼에 입을 맞췄다. 조금 더 앞으로 나간 교황의 퍼레이드 카가 다시 한 번 멈췄다. 경호원이 또 다른 아이를 안아 그의 앞으로 데려가자 교황은 아이의 머리 위에 손을 대고 축사했다.

방한 이틀째인 15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연일 소탈하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교황은 이날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대전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교황은 서울에서 대전까지의 이동수단으로 준비돼 있던 헬기 대신 KTX를 이용했다. 천주교 교황방한위원회 허영엽 신부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갖고 “추측컨대, 기차를 타면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바티칸을 상징하는 이니셜 ‘SCV’가 적힌 1600㏄ 소형차 ‘쏘울’에서 내린 교황은 오전 10시10분쯤 대전월드컵경기장에 도착해 퍼레이드를 위해 개조한 국산 SUV 차량 ‘카니발’로 갈아탔다. 그는 미사를 위해 마련된 경기장 무대 위에 오르기까지 총 여덟 번이나 차를 멈춰 세우고 시민들과 진한 인사를 나눴다. 교황은 16일 서울 시청∼광화문에서 열리는 카 퍼레이드에선 카니발을 개조한 무개차(오픈카)를 타게 된다. 방탄유리 없이 손잡이만 설치된 두 대의 무개차에는 대중과 가까이 접촉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담겨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첫날인 전날에도 소박하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서도 84년 한국을 찾았던 요한 바오로 2세 같은 ‘땅 입맞춤 이벤트’도 없었다. 교황은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직접 서류가방을 들고 비행기에 올랐고 1등석이 아닌 비즈니스석을 이용했다. 다른 승객들과 마찬가지로 샐러드와 라자냐 등 단출한 기내식을 먹었다. 한국 땅을 밟은 그의 모습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빛바랜 은색 십자가 목걸이와 반지, 낡은 검은색 구두였다. 교황들은 해외 방문 시 주로 교황의 상징인 황금 목걸이와 붉은 구두를 신곤 한다.

‘쏘울’을 타고 숙소인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주한 교황청대사관에 간 그는 구내식당에서 스파게티와 스테이크 등 간단한 이탈리아식 점심을 먹었다. 교황은 이번 방한기간 중 전속 요리사를 대동하지 않은 채 지방 일정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식사를 이곳 구내식당에서 해결한다. 두 차례의 외부 식사에서는 숯불갈비와 갈비탕, 낙지죽과 한우등심구이 등 지역 특산음식이 상에 오른다.

　숙소 또한 소박하다. 주한 교황청대사관에 지은 지 50년이 넘은 2층 규모의 건물에 있는 20㎡(약 6평) 크기의 방을 사용한다. 교황은 방한 준비 과정 중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가 평소에 쓰던 가구를 그대로 쓰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숙소 내부에는 침대와 옷장, 탁자 등 최소한의 가구만 배치돼 있다. 이 방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84년과 89년 두 차례 왔을 때 지낸 곳이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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