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장애인 의무고용제… 정부도 못지키면서 무조건 수치만 높이면 뭘하나

정부가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장애인고용촉진법·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여전히 장애인을 고용하는 대신 부담금으로 때우고 있다. 솔선수범해야 할 공공부문조차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아 빈축을 산 지 오래다. 고용 의무를 높게 잡는 것보다 실효성 있는 장애인 고용 정책을 펼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14일 입법예고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과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상시근로자 50명 이상 민간기업에 적용되는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2014년 2.7%(2013년 2.5%)에서 단계적으로 올라 2019년에는 3.1%로 상향 조정된다.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공공기관은 3.0%에서 3.4%로 높인다. 노동부는 “의무고용률이 상승하면 민간기업의 의무고용 일자리가 올해 14만9200개에서 2019년엔 18만7796개로 늘어나 장애인들에게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현행 법령과 개정 법령안 모두 의무고용률을 채우지 못하더라도 부담금만 내면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다. 대기업들은 이를 악용해 장애인을 고용하기보다는 돈으로 때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해 30대 그룹의 평균 장애인 고용률은 1.9%에 불과하다. 1000인 이상 기업은 1.97%였다. 2.5%인 민간부문 의무고용률에 턱없이 모자란 수치다.

반면 100∼299인 규모의 기업들은 지난해 장애인 고용률 2.84%를 기록해 의무고용비율을 초과했다. 가장 형편이 어려운 100인 미만 기업들도 2.43%로 대기업을 훌쩍 뛰어넘는다. 기업들은 장애인을 고용하면 각종 편의시설을 갖춰야 하고 건물도 장애인 기준에 맞춰 고쳐야 하는 등 추가 비용이 든다며 난색을 표한다. 장애인과 일반 직원이 무리 없이 융화할 수 있는지에도 의문을 보낸다. 불확실성과 비용 증가를 감내하느니 차라리 돈으로 때우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는 것은 정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국가·지자체(공무원 부문)는 장애인 고용률 3%를 달성해야 했지만 2.63%에 그쳤다. 공공기관도 2.81%로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 시·도교육청과 국회 등은 매년 장애인 저조 기관 명단 공표 대상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다. 그러나 교육청들은 “장애인들의 교대·사대 진학률이 낮아 의무고용비율을 지키기 어려운 구조”라고 항변한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의원 1인당 5∼6명으로 꾸려지는 보좌진에 장애인을 포함시키긴 힘들다”고 말한다.

때문에 각계는 무턱대고 의무비율을 높이기보다 실효성 있는 장애인 고용 대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교대·사대 학생을 선발할 때 장애인을 일정 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뽑도록 하고, 국회에는 당 차원이나 여러 의원실이 공동 운영하는 장애인 보좌진 직제를 만드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명단 공개와 부담금 부과에도 꿈쩍 않는 대기업들을 움직일 확실한 채찍과 당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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