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시] 한밤중에

Է:2014-07-26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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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시] 한밤중에
문정희(1947∼ )

한밤중에 번개가 나를 찾아왔다

그는 단숨에 내 심장에서

붉은 루비 같은 죄들을 꺼내

검은 하늘에 대고 펄럭이었다

낮 시간 동안 그토록 맑은 햇살을 풀어

푸른 숲과 새들을 키우던

저 산이 보낸 거라고는 믿기 어려운

번개가 한밤중에 나를 찾아왔다

부들부들 떨고 있는 내 심장에서

붉고 선명한 루비들을 꺼내

검은 하늘에 뿌렸다

내일 아침 나의 침대에는

한 사람의 죄수가 밤새

깊고 슬픈 자술서를 쓰다

쓰러져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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