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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남준우] 통계학으로 본 각료 임명

“임의표본 이론에 따르면 국민이라는 모집단과 어울리지 않는 총리·장관 후보자들”

[시사풍향계-남준우] 통계학으로 본 각료 임명 기사의 사진
통계학 용어에 ‘임의표본’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통계적인 추론을 위해 모집단으로부터 표본을 추출할 때 모집단 자료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한 표본을 구성해야 오차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임의표본이란 모집단과 닮은꼴의 표본을 뜻한다.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조사를 할때 전체 유권자(모집단)를 대상으로 지지율을 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대표로 그 일부를 표본으로 추출한 결과를 토대로 모집단 지지율에 대해 통계적으로 추측하게 된다. 따라서 표본조사란 전체가 아니고 일부에 대한 조사이기 때문에 참 값과 추측 사이에는 표본오차라는 괴리가 생기게 마련이다. 이런 오차를 최소화하고 여론조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임의표본을 구성하는 것이다. 가령 60대 이상으로만 표본을 구성한다든지 혹은 20대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면 임의표본에 위배되며 이 여론조사는 최종 결과와 아주 상이한 결과를 낳게 된다.

경제학을 비롯한 사회과학 연구에서는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전개하기 위해 자료를 사용해 주장의 근거로 제시하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표본 자료의 대표성이라 할 수 있다. 표본 자료의 대표성이 없다면 그 주장은 객관성을 잃어 논문으로서의 가치를 잃는다. 이때 대표성이란 바로 임의표본을 사용하였는가이다.

임의표본을 이용해 두 표본 집단을 비교한다고 생각해보자. 만일 두 집단으로부터 구한 통계치가 아주 다르다면 두 표본 집단은 같은 모집단으로부터 추출됐을 가능성이 낮으며, 반대로 그 차이가 크지 않다면 두 표본 집단은 같은 모집단으로부터 추출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부모로부터 출생한 두 형제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치다.

최근 총리 및 장관 후보자의 자격 에 대한 논란이 한창 벌어지고 있다. 논문 표절이나 위장전입, 불법 재산 형성 등은 물론이고 탈세 및 병역 미필 등 국민의 기본 요건이 국민의 눈높이와 동떨어진 후보 지명에 대해 국민은 의아스러울 지경이다. 국민 대부분은 자신들만 바보처럼 살아왔다는 생각에 상실감이 크다. 전관예우를 받을 좋은 직장을 다니지 못했고, 자신의 그릇된 역사관을 바탕으로 대중 앞에 허세를 부릴 뻔뻔함도 갖지 못했다. 위장전입과 탈세는 중대한 범죄라고 교육받아 왔으며, 불법으로 재산을 형성할 수단 방법도 모르며, 남의 논문을 가로챌 배짱도 없거니와 음주운전으로 위세 등등하기는 커녕 그저 원칙을 지키며 가만있으라는 지시에 법을 지키며 소시민처럼 가만있기만 하였더니 정작 대통령 주위의 인물은 달랐더라는 배신감이 든다.

이러한 상실감과 배신감에 대해 대통령은 청문회가 신상털기 및 망신주기 방식이어서 현재 추천된 사람보다 나은 사람을 찾기 힘들기 때문에 청문회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사람들은 누구나 어느 정도의 흠결은 가질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현재 추천된 장관 후보자의 도덕성이 한결같이 우리 국민의 도덕성 수준과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통계학에서의 두 집단을 비교하는 임의표본 이론을 여기에 적용하면 대통령은 극히 극단적인 인사와 어울리거나 아니면 추천된 장관 후보자는 우리 국민이라는 모집단으로부터 추출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즉, 우리 국민이 아닐 수 있다는 위험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유추할 수 있는 것은 대통령 주위의 인물은 우리 국민을 대표하는 임의표본이 아닌 ‘그들만으로 구성된 집단’이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임의표본(국민)의 도덕성 수준과 대통령 주위 인사의 도덕성 수준이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그들만의 대통령’이 아닌 ‘우리 대통령’이 되는 날을 기다려본다. 지도층 인사의 도덕성 수준이 그러할진대 국민에게만 준법을 요구할 수는 없지 않은가. 세종시 정부청사 이전 시 그토록 강조하던 ‘원칙 대통령’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남준우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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