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권명수] 외로움과 독거의 거리

국내 스마트폰 보급이 5400만대를 넘었다. 세계 최고의 보급률을 자랑한다. 사람들은 언제든지 문명의 이기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쉽게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다. 그래서 요즘의 세대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세대’라고 한다.

이런 관계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주변에는 외로워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상대에게 반응을 기대하며 문자를 보냈는데 답변이 없으면 상대가 나에 대한 배려나 관심이 적다거나 상대에게 버려지고 홀로라고 상처받으며 외로움을 탄다. 한번 빠지면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하고 과거의 슬프고 쓰라렸던 기억들이 상처에다 소금을 뿌리듯 더 고통스럽게 만든다.

모 결혼정보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20∼30대 젊은이들이 보낸 문자에 답을 기다릴 수 있는 한도가 남성은 평균 5시간58분, 여성은 4시간2분이다. 조사대상 미혼남녀 793명(남성 384명, 여성 409명)중 상대방과 연락이 안 될 때 남성의 절반 이상(56.3%, 216명)은 ‘일단 연락을 기다린다’고 하고 여성의 60%(270명)는 ‘응답할 때까지 연락한다’고 한다. 전화 상대의 응답을 기다리느라 인내하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외로움은 홀로 남았다고 느끼는 쓸쓸한 기분을 말한다. 외로워지면 이를 촉발한 대상을 비난하느라 마음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상처가 아직 치유되지 않아 마음이 아파하고 있는 것이다.

외로움과 대비되는 말로 고독이 있다. 고독은 외로움과 구별이 쉽지 않아 독거(獨居, solitude)를 점점 많이 사용한다. 독거는 홀로 있으면서도 외로움을 느끼기보다 자신의 내면과 외부의 변화에 따라 일어나는 내적 반응을 인식하면서 동시에 이에 영향 받지 않는 마음이다. 독거는 외로움의 현상처럼 홀로 있음을 느끼면서도 휘둘리지 않고 거리를 유지하는 상태다.

그래서 독거에는 영혼의 쉼과 여유가 존재한다. 독거는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안과 밖의 현상뿐만 아니라 이것 너머에 눈에 보이지 않고 은밀하게 존재하는 그분의 손길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외로움과 독거의 거리는 떨어져 있지 않다. 단지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마음의 방향이 외로움에 빠지느냐 독거로 가느냐에서 정해진다. 스마트폰으로 연락하다가 상대의 응답이 기대한 대로 오지 않을 때 마음에서 일어나는 쓸쓸함과 불안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가가 외로움과 독거의 차이다.

연락이 없을 때 ‘어! 씹었어?’ ‘날 무시하네!’라고 느낄 수 있다. 아니면 ‘무슨 사정이 있나?’ ‘곧 오겠지’라며 마음속 움직임을 인식하며 있을 수도 있다. 후자가 독거에 가깝다.

어떻게 외로움에서 쉼의 상태인 독거로 나갈 수 있을까? 실마리는 공생애 중의 예수님에게서 찾을 수 있다. 주님은 바쁘신 중에도 ‘새벽 아직도 밝기 전에 예수께서 일어나 나가 한적한 곳으로 가사 거기서 기도’(막 1:35)하셨다. 우리 모두는 많이 바쁘다. 예수님처럼 해보겠다는 마음을 먹고 한 번이라도 시도한다면 그에게는 독거의 은총이 그만큼 가까워진다. 중요한 것은 한 번이라도 시도하는 것이다. 한 번 해보면 두 번 하기는 그만큼 수월하다.

권명수 교수 (한신대 목회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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