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 칼럼] 소문과 진리

한 사회에 보이지 않으나 가장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것은 소문이다. 좋은 소문이 시작되면 실제보다 더 좋게 부풀려 번져나가고, 좋지 않은 소문이 시작되면 실제보다 더 나쁘게 부풀려져 퍼져나간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서로 대면하여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소문이 이제는 SNS라는 첨단 마우스(사람의 입과 컴퓨터 마우스)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시대가 되었다. 지도자들이 소문에 휩싸여 결정을 내릴 때 그 사회는 큰 혼란에 빠져든다.

사탄이 아담과 하와를 타락시킬 때 가장 먼저 공격했던 영역은 커뮤니케이션이었다. 타락의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사탄이 인간으로 하여금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진리를 소문처럼 흘려듣도록 만든 것이다.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를 먹으면 정녕 죽으리라”는 진리를 “혹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로 바꾸어버렸다. 진리를 소문의 수준으로 전락시켜버린 것이다.

하나님 말씀을 듣고 읽어도 확신이 없는 것은 진리의 말씀을 소문 정도로 듣기 때문이다. 현대 자유주의 신학의 치명적 약점은 진리를 하나의 의견이나 소문의 아류로 만들어버린다는 것이다. 묵상이 부족한 목회자들의 설교는 진리를 진리 되게 그 권위와 무게를 전달하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소문으로 말씀의 격을 떨어뜨린다. 성도들의 말씀묵상 또한 말씀의 진리성이 내면 깊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자신의 사상이나 잡념 속에 파묻혀 하나의 소문으로 맴돌다 떠나버리고 말 수 있다. 반면 사람들은 들려오는 소문은 진리처럼 믿고 싶어 한다. “그럴지도 몰라”라는 말을 들었을 때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다더라” 혹은 “어쩌면 그럴 수가 있지?”라고 전할 때 그 소문은 어느새 사실이 되고 만다. 또한 누군가 자신에 대해 어떻게 말했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일단 무조건 그 말을 믿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계속 마음에 새기면서 부정적 감정을 부추긴다. 나중엔 그렇게 말했다고 하는 사람은 쳐다보기도 싫어진다.

나아가 그 사람의 주장과 추진하는 일은 무조건 반대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만일 그 말이 사실과 다르며 그 중간에 말을 전달하는 사람이 왜곡해 전달했다면? 그것은 영적 전쟁에서 모두 패배한 것이다. 사람들 중에 다른 사람의 말을 교묘히 바꾸어 또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악한 습관을 가진 부류가 있다. 사탄의 종노릇 하는 사람들이다.

소문의 위력은 실로 대단해서 많은 사람에게 전해질수록 그 버전(version)이 다양해진다. 소문을 나누고 전파하며 소문을 묵상하는 사회나 교회는 소문에 의해 망할 수밖에 없다. 지도자들은 소문과 진리를 분별해 소문이 진리처럼 변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필자가 미국 뉴저지에서 목회하던 시절 ‘소문실명제’를 성도님들에게 제안한 적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 전해들은 소식을 전할 때 누구에게서 들었다는 소식을 함께 전하는 것이다. 회의할 때 막연하게 “사람들이 그렇다더라”고 말하지 않고 “어느 누가 말했다”고 정확하게 전하는 것이다. 말하는 사람의 이름이 함께 전해지면 소문의 위력은 꼬리를 감출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귀국했을 때 당시 사랑의교회 원로목사였던 고 옥한흠 목사님께서 귀한 조언을 해준 적이 있다. 옥 목사님은 “무엇이든지 직접 보고 들은 것이 아니면 믿지 마라”고 하셨다. 불필요한 소문에 마음을 빼앗겨 올바른 판단력을 잃지 않도록 하라는 귀한 가르침으로 지금까지 목회에 도움이 되고 있다.

진정한 삶의 변화는 소문에 귀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진리에 귀 기울일 때 일어난다. 관계의 회복도 자신이 들은 소문을 내려놓고 진리를 나눌 때 얻어질 수 있다. 함께 모이면 소문을 먼저 나누지 말고 진리를 먼저 나누어야 한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이 소식이 진리에 근거한 사실인지 아니면 부정확한 소문인지 분별하고 입에 파수꾼을 세워야 한다. 진리를 포기하면 소문은 공동체를 파괴한다. 그러나 진리를 붙잡으면 소문은 꼬리를 내리기 마련이다. 진리를 진리 되게, 소문을 소문으로 그치게 하는 교회와 사회로 바꾸어가야 한다.

<온누리교회 담임목사>

◇약력 : 미국 뉴저지초대교회 담임목사 역임, 현재 온누리교회 담임목사와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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