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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이남주] 동아시아 협력의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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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베이징에서 2차 한·중·일 정상회담이 있었다. 하루 동안의 짧은 일정이고, 세 나라의 정상이 만날 다른 기회도 많아 그 중요성을 그리 높지 않게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회의는 동아시아 차원의 다른 어떤 회의보다 큰 의미를 갖는다.

세 나라의 경제적 비중이 이를 잘 보여준다. 2008년 세 나라의 경제규모는 세계경제의 16.9%를 차지했으며, 20년 내에 세계 최대의 경제권으로 등장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리고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을 포함한 동아시아 경제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달한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동아시아협력은 주로 아세안을 매개로 진행되었다. 최초의 세 나라 정상회담도 1999년 11월 필리핀에서 열린 소위 '10(아세안)+3(한·중·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진행되었다.

‘10+3’에서 3국 정상회담으로

그로부터 9년이 지난 2008년 12월에야 비로소 최초의 독자적인 세 나라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세 나라 사이의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갈등과 미묘한 경쟁심이 협력을 가로막는 중요한 원인이었다. 특히 고이즈미 준이치로가 일본 총리를 맡고 있던 시기에는 그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의 문제로 '10+3'의 틀 내에서 진행되던 세 나라 정상회담마저 중단되었다.

그러나 동아시아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3국 사이에 더욱 적극적인 협력이 없다면 동아시아 협력은 물론 금융위기, 북핵, 동북아 평화체제 수립 등 산적한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계속 확산되었다. 마침내 2007년 11월 별도의 세 나라 정상회담 개최가 합의되었고, 작년부터 사실상 정기적으로 회담이 진행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동북아 협력을 둘러싸고 그 어느 때보다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우선 작년 금융위기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와중에 통화스와프협정 체결 등 금융협력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세 나라 간 경제협력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나치게 시장주의에 의해 추진된 지구화에 대한 반성도 진행되면서 세 나라의 경제협력도 양적 성장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공동대응도 포함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채택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공동성명'에서 환경협력과 자원절약형 산업의 발전을 위한 협력을 합의한 것은 그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일본에서 아시아 중시를 표방한 하토야마 내각이 출범하면서 역사문제와 관련한 불필요한 마찰의 가능성을 줄인 것도 중요한 변화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과거사를 둘러싼 갈등에 집착하기보다는 동북아를 교류와 협력의 공간으로 재해석하고 과도한 민족주의가 초래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협력의 진전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3국 협력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까지는 여전히 몇 가지 난관이 있다. 첫째, 북핵문제의 해결을 촉진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북핵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기까지 세 나라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함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문제를 놓고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미묘한 차이가 나타났다. 개최국 중국은 한·일의 더욱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놓치지 말 것을 촉구했는데, 어떻게 이에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북핵 해결이 성공의 관건

둘째, 동북아 협력에 대한 외부세력의 경계심을 완화시키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아세안, APEC, G20 등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추구한다고 밝힌 것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러나 세 나라의 협력은 세력균형에 미묘한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과의 양자협력과 세 나라 간 협력관계를 어떻게 조정할지 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 이 두 과제를 순조롭게 해결한다면 세 나라 정상회담은 동북아는 물론 지구적 차원에서 평화와 협력을 진전시키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중국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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