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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양승함] 3金 이후 한국정치 지형

[시사풍향계―양승함] 3金 이후 한국정치 지형 기사의 사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는 한국 정치의 한 시대 마감과 새로운 시대 도래를 예고하고 있다. 적어도 지난 30년 한국을 지배해온 '3김정치'의 종언을 의미하는 것이며, 크게는 한국 정치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3김시대가 끝난다고 해서 한국 정치의 근본적인 문제들이 자동적으로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더욱이 '위대한 지도자' '큰 거목'을 잃었다는 감상에만 젖어서는 한국 정치가 당면한 구조적 갈등 심화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오히려 위인들의 빈자리를 이용한 정치의 춘추전국시대를 예고할 수도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후예들이 정치적 대화와 화해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군사독재를 종식시키고 민주화를 위해 협력했던 옛 동지들이 회한의 반성을 하며 서로를 껴안았다.

民推協의 반성·화해 돋보여

정치권력을 눈앞에 두고 배신과 불신의 반목을 해왔던 민주화 세력들이 반성을 시작한 것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공(功)과 과(過)를 가리고 이들의 업적을 제대로 재평가하겠다고 나섰다.

돌이켜보면 한국의 전직 대통령들은 모두 불명예 또는 비운으로 끝을 냈다. 모든 후임 정부는 전임 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폄훼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국정의 단절은 물론, 국민까지도 극과 극의 갈등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가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성공한 국가라는 평을 자주 듣고 있다. 실제로 최빈국 상태에서 단시일 내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위업을 달성하고, 세계 10위권 대에 들어선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 이 같은 성취는 누구에 의해 이뤄졌을까. 성공국가 한국은 국민의 피와 땀, 그리고 지도자들의 노력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잘잘못은 따져야 한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평가가 편중되어서는 안 된다. 그들도 나름대로의 시대과제와 시대정신을 표방하고 실천했기에 오늘의 한국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국가 건설, 산업화와 근대화, 민주화운동과 민주주의 심화는 바로 한국의 역사발전 궤도이자 미래 지향의 기반이다.

3김정치는 오랜 군사독재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불가피한 과도기적 정치구조였다고 평가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3김정치로 정치 활성화와 민주화가 이룩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민주화를 더 앞당기지 못하고 망국적인 지역주의를 낳기는 했지만 국민에게 정치적 선택과 실질적인 평화적 정권교체 기회를 제공해 민주주의를 공고히 한 것은 사실이다.

이제 한국 정치의 과제는 3김시대에 구조화된 국민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 통합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생존시 그의 병상에서 이뤄졌던 정치적 화해들이 구체적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실행에 옮겨야 한다. 지역 할거에 의해 지배돼온 3김정치의 폐단을 극복하고 국민 통합의 시대정신을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정치는 독재와 민주의 단순 대결 구도에서 지역 갈등의 출현으로 이어졌으며 이것은 다시 이념 갈등과 세대 갈등 그리고 계층 갈등과 중첩돼 다중적 복합갈등 구조로 전환되어 왔다.

관용적 정치문화 정착시켜야

이 같은 갈등 구조의 복합화는 정치인의 당리당략과 일부 국민들의 갈등감정 증폭으로 인해 끝 모를 국가적 혼돈을 자아냈다.

김 전 대통령 서거가 3김시대의 상징적 종언에 그쳐선 안 된다. 통렬한 반성과 미래 희망을 위한 냉철한 이성으로 국민 통합의 시대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제도 개혁만으로는 구조적인 갈등을 해소할 수 없다. 사람들이, 그리고 정치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성장과 선진화를 위해서는 이대로는 안된다는 투철한 문제의식으로 화해, 관용의 정치문화 형성과 함께 전반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양승함 연세대 교수 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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