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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석동연] 먼저 韓食사랑부터

[시사풍향계―석동연] 먼저 韓食사랑부터 기사의 사진

해외에서 생활하면서 우리나라의 국력이 크게 신장되었다는 것을 자주 실감하곤 한다. 며칠 전 홍콩 정부 인사와 저녁식사를 했는데, 식탁에 앉자마자 그는 한국산 휴대전화기를 보여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러더니 지난달 말부터 홍콩 TV에서 방송되고 있는 '식객(食客)'을 보았다며 우리 음식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정성껏 준비한 궁중음식을 그가 맛있게 즐기는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꼈다.

한식(韓食)에는 우리 민족의 문화와 혼, 그리고 오랜 역사의 숨결이 녹아 있다. 정부는 2017년까지 한식을 세계 5대 음식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선포하고 민·관 합동으로 한식세계화추진단을 지난 4일 출범시켰다.

세계 5大 음식 자격 충분해

현재 세계 5대 음식은 중국 일본 태국 프랑스 이탈리아 음식이다. 이 가운데 일본과 태국의 경우, 정부 주도로 장기간에 걸쳐 자국 음식의 세계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해온 것은 참고할 만하다. 오랫동안 외국인과 우리 음식을 나누어 오면서 느낀 소감을 전해 드리고 싶다.

첫째, 무엇보다 한식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인식이 문제다. 한식이 갖고 있는 장점이 점차 널리 퍼지고 있는데도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여전히 한식을 귀하게 여기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외국 식당에서는 그렇지 않은데 한식당에서는 김치 등 밑반찬은 당연히 그냥 또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한식을 싸고 푸짐한 음식의 수준에만 머무르게 할 것인지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

둘째, 한식이 예술과 과학의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한식의 세계화는 세계인과 우리의 음식과 문화를 나누는 가운데 추진돼야 한다. 조리법을 설명하면서 '어머니 손맛' '양념을 적당히 넣고' 등의 표현을 계속 사용해서는 세계인이 친숙하게 다가갈 수 없다. 조리법의 표준화, 계량화, 총체적으로 과학화가 이루어져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동시에 한식이 갖고 있는 예술 측면도 살려야 한다. '슬로 푸드'로서 숙성의 기다림도 부각시키고 음식 자체는 물론 그릇, 식당의 인테리어, 서브하는 사람들의 복장에 이르기까지 멋과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한다. 몇 년 동안 숙성된 된장 같은 이야깃거리를 많이 소개해 한식에 대한 상상력과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필요하다.

셋째, 한식세계화추진단은 현재 1만개 수준의 해외 한식당 수를 2017년까지 4만개로 늘리는 것을 목표의 하나로 제시했다. 그에 앞서 국내에 외국인들이 즐길 수 있는 한식당이 많이 나와야 한다. 작년 우리나라를 찾은 700만명 가운데 48%가 '한국 음식을 맛보고 싶어서' 방문했다고 한다. 한식을 테마로 다양한 관광 상품이 하루빨리 개발돼야 한다.

넷째, 재외공관장 관저를 한식 세계화의 전진기지로 적극 활용토록 건의하고 싶다. 현재 150여개의 공관장 관저에서 주재국 주요 인사들을 초청, 만찬 행사를 하는데 음식이나 미술품·비품 수준면에서 개선의 여지가 많은 실정이다. 단적인 예로 복제 그림을 걸어 놓고는 고급 한식을 대접해도 상대방의 감동을 불러일으키기가 어렵다.

公館을 세계화 전초기지로

한국의 국력과 문화를 보여주는 품위 있는 관저에서 외국인들에게 좋은 한식을 대접하면 국가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국가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정 어렵다면 미술협회 등 민간 단체에서 해외 공관에 '미술품 보내기 운동'을 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또 해냈어!(Korea did it again!)" 2017년 이맘때 쯤, 이렇게 시원한 제목으로 한식이 마침내 세계 5대 음식이 되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 모두가 '한식 세계화'의 꿈을 품고 국내외 한인들이 힘껏 노력한다면 그날은 반드시 오리라고 믿는다.

석동연(駐 홍콩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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