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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박동규] ‘쌀 관세화’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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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시장 개방을 현재의 관세화 유예 방식에서 관세화로 전환하면 수입량이 줄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관세화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많은 의견이 뒤따랐다.

쌀 수출국들의 수출촉진 정책으로 우리나라 쌀산업이 피해를 볼 수 있으므로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있다. 최근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 하나가 추가되었다. 한·미 FTA가 이행되면 쌀에 대해서도 관세를 점진적으로 철폐해야 하므로 우리나라의 쌀산업이 위축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미 FTA를 이행하려면 쌀 관세화 전환은 안 된다는 주장이다.

한·미FTA, 쌀 산업에 영향 안줘

하지만 사실을 정확하게 이해하면 신중론은 기우에 불과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쌀시장이 관세화로 개방되었다면 2006∼2007년 수입쌀 80㎏당 국내 평균 판매가격은 22만5000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국제 쌀 가격에 관세상당치(관세)와 각종 비용을 고려한 가격이다. 수입쌀 가격은 경기미보다 29%나 높다. 경기미보다 비싼 수입쌀을 구입할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쌀시장을 관세화로 개방했어도 의무 수입량을 초과한 쌀 수입은 없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2008년부터 국제 시장 여건은 크게 변했다.

t당 500달러 내외를 기록한 중단립종 국제 쌀 가격이 최근에도 1100달러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쌀 수출국이었던 호주가 연이은 기상이변 영향으로 작년에는 수입국으로 전환됐으며, 미국의 중단립종 재고량도 줄었기 때문에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국제 쌀 수급 여건이 개선되어도 가격 하락폭은 제한적이며 당분간 높은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금융위기 영향으로 환율도 당초 예상보다 높은 달러당 1300원 넘는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쌀시장을 관세화로 전환해도 의무수입량을 초과한 쌀 수입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관세화로 전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의 배경이다.

쌀 수출국이 수출정책을 강화해 국내 쌀산업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제기됐다. 일본과 대만은 각각 1999년과 2003년에 쌀시장을 관세화로 전환했다.

일본은 관세화 전환 이후 연간 200t정도의 쌀을 수입하고 있는데, 연간 쌀 소비량 800만t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수입쌀은 태국식당 등 매우 특수한 용도로 사용된다.

대만에서도 매우 소량이 수입되고 있을 뿐이다. 국제 쌀 가격에 관세를 부과한 수입쌀 가격이 국내산보다 높기 때문이다. 일본과 대만의 사례는 특정 시장을 겨냥한 수출촉진 정책이나 영향이 없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이나 대만은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았으므로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곤란하다는 주장이 있다. 미국쌀 수입이 많아져 우리나라 쌀산업은 큰 영향을 받게 된다고 우려한다.

관세화 전환 늦으면 農家에 불리

하지만 한·미 FTA 협상에서 쌀은 관세감축 대상에서 제외했으므로 고율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한·미 FTA 협정문 중 쌀에 관련되는 내용을 인용하면 '단계별 양허유형 Y(쌀을 지칭함)로 규정된 품목에 대해서는 이 협정상 관세에 관한 어떠한 의무도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한·미 FTA가 이행돼도 쌀에 대해서는 높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고, 관세는 국경보호조치 기능을 이행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쌀 농가 등 이해당사자는 변화에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관세화 전환이 지연될수록 쌀 수입량은 늘고 그 부담은 쌀 농가에 귀착된다.

2014년 이후에는 쌀시장이 관세화로 전환되며, 관세화 전환 시점이 앞당겨질수록 농가의 부담이 줄어든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박동규 한국농촌경제硏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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