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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바로 글바로] 배와 1배와 2배


'배'는 1배를 뜻할까 아니면 2배를 뜻할까.

'값이 배로 올랐다'라는 표현을 보자. 이는 100원짜리가 200원으로 올랐다는 뜻이다. 퍼센트 수치로 옮기면 '200%로 올랐다'가 된다. 즉 '배=200%'인 셈이다. 만약 '배=1배'라면 2배는 '200×2=400%', 3배는 '200×3=600%'가 되어야 하는데, 3배=600%라는 논리는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배'는 1배가 아닌 2배를 뜻한다. 즉 다음과 같은 등식이 성립된다.

'배로 올랐다=2배로 올랐다=200%로 올랐다'

그런데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국립국어원은 '배 올랐다'와 '한 배 올랐다'가 같은 표현이라고 유권해석했다. 즉 '배=1배'라는 것이다. 이 두 경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배로 올랐다=2배로 올랐다=200%로 올랐다(배=2배=200%)

②배 올랐다=1배 올랐다=100% 올랐다(배=1배=100%)

이 두 명제를 '참'으로 인정한다면 이상한 결론이 도출된다. '배=1배=2배'가 되는 것이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엉뚱한 결론 같지만, 답은 '이게 맞다'이다. 왜냐하면 이게 우리의 표현 습관인 것이다. 즉 우리는 일상에서 이 두 가지 용례를 모두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이처럼 모호한 표현을 해왔지만 별 문제 없이 넘어갔다는 점이다. 듣는 이가 정황에 맞게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100% 올랐다는 표현을 '1배 올랐다'로 해야 할지 '2배 올랐다'로 해야 할지 애매해서 적당히 '배 올랐다'라고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모호함을 줄이는 방법은 있다. 예를 들어 보자.

㉠100% 올랐다. ㉡200%로 올랐다. ㉢배로 올랐다. ㉣두 배로 올랐다. ㉤배 올랐다. ㉥두 배 올랐다.

㉠과 ㉡은 의미가 명확하다. ㉢과 ㉣도 권장할 만하다. 반면 ㉤과 ㉥에 대해서는, 100에서 300으로 뛴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의 경우, 그 주장에 일리는 있다.

한편 '배'는 늘어나는 개념이다. 따라서 '2배나 줄었다'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이때는 '절반으로 줄었다'가 낫다.

이병갑 교열팀장 bk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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