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대 조명이 꺼지고 찬양팀 ‘기프티드’가 등장하자 객석 여기저기서 “왔다” “시작한다”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첫 곡 ‘온 맘 다해’의 도입부가 시작되자 2000여명의 청년은 일제히 일어나 손뼉을 치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15일 광주 서구 월광교회(김요한 목사) 예배당에서 열린 갓플렉스(GODFLEX) 시즌6 in 광주는 차분함과 열기가 동시에 묻어나는 예배 분위기로 채워졌다. 기프티드는 ‘주를 바라보며’, ‘나는 아버지를 닮았네’ 등을 잇달아 부르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날 예배 설교는 이승제 가까운교회 목사가 맡았다. 그는 알코올 의존이 심했던 아버지, 폭력의 기억, 장애가 있는 누나와 함께했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돌아보며 “환경이 남기는 흔적을 피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 흔적이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수를 만나 변화된 삶을 소개했다. 신약 요한복음 10장 10절을 인용한 이 목사는 “예수께서 주시는 풍성함은 사회적 성공과는 다른 종류의 것”이라며 “결핍으로 드러난 자리를 다시 일으키는 힘이 바로 예수의 생명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청년들을 향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중심은 단단해야 한다”며 “안정과 평화는 결국 예수님께서 주시는 것”이라고 전했다.
설교에 이어 유튜브 ‘위라클’ 채널 운영자 박위·가수 송지은 부부가 참여하는 토크콘서트가 진행됐다. 사회는 광주월광교회 청년 김겸 아나운서가 맡았다. 박위씨는 “결혼은 참 좋다”며 “1년 차 부부로서 사랑·연애·결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송지은씨는 “신앙 안에서 동생들을 만나는 느낌”이라며 “함께 좋은 대화를 기대한다”고 했다.

현장에서는 갓플렉스의 올해 주제 ‘청년·사랑·비전’에 맞춰 청년들의 고민이 실시간으로 접수됐다. 행사장 스크린에 띄워진 오픈채팅방 QR코드를 통해 질문이 들어왔고 부부는 이를 중심으로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첫 질문은 7년째 비신자 남자친구와 교제 중이라는 청년의 고민이었다. 박씨는 “신앙을 함께하는 결혼이 주는 기쁨이 크기에 신앙이 다른 상대와의 삶은 쉽지 않다”면서도 “어떤 의미에서 하나님이 주신 기회라고 느낀다면, 한 영혼을 사랑으로 섬기는 길 역시 기도 가운데 가능하다”고 말했다. 송씨는 “이미 기도로 나아가는 모습이 귀하다”며 “‘감당할 힘을 주시고, 아니면 내려놓을 용기를 주소서’라는 기도처럼 하나님께 순종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그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한 고3 학생이 장애·우울증·관계 문제로 인한 깊은 고민을 털어놨다. “나이가 들수록 한계와 격차가 더 크게 느껴진다”며 “20대를 앞두고 하나님 안에서 멋지게 살고 싶지만 반복되는 좌절로 마음이 무너진다”는 사연이었다. 이에 대해 박씨는 “상황을 모두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자신도 전신마비 판정을 받은 지 11년이 됐다”며 자신의 시간을 조심스럽게 전했다. 성경 요한복음 9장 1~3절 말씀이 큰 위로가 됐다는 그는 “고난은 누구에게나 있다. 시간이 지나면 그 고난은 자양분이 된다”고 말했다.
“저 역시 고난을 통해 하나님을 더 깊이 알게 됐고, 시선도 달라졌습니다. 지금의 처지를 자신에게 돌리지 마세요. 오늘의 경험이 앞으로 누군가를 돕는 힘이 될 겁니다.”

이어 무대에 오른 임정택 향기내는사람들 대표는 “하나님은 살아계십니다”라는 짧은 고백으로 강의를 열었다. 그는 자신이나 사업 성과보다 “사람의 삶에 실수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을 드러내고 싶다고 말했다.
임 대표의 이야기는 25살에 참여한 홍콩 국제 창업 공모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 중국인 학생이 “굶어 죽는 이들이 사는 지역을 살리기 위해 창업을 준비한다”고 말한 장면이 큰 충격이 됐다고 했다.
“교회 한 번 다니지 않던 친구가 세상을 바꾸겠다고 하는데, 저는 ‘조금만 벌고 나면 하나님께 영광 돌리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귀국길, 인천에서 포항으로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하나님, 정말 살아계시다면 내 인생을 왜 주셨는지 알려달라. 알려주시면 그렇게 살겠다”고 기도했고 마태복음 25장 40절 말씀이 응답처럼 다가왔다고 했다.
‘임금이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하시고’(마25:40)
이후 그는 뜻이 맞는 동료들과 포항 시내 주민센터·복지관을 찾아다니기 시작했고 정신재활시설의 조현병·우울 장애를 겪는 이들을 만났다. 그는 “장애 때문에 일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기회가 없어서 일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배웠다”며 “도우러 간 줄 알았지만 오히려 배우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만남에서 커피 사업이 시작됐다. 임 대표는 정신장애 환자들과 교류를 이어가며 그들의 가능성을 발견한 이야기, 포항 소재 대기업의 문을 두드려 결국 사업 투자를 끌어낸 일화 등을 소개했다. 그는 “새로운 일이 열리는 순간은 언제나 ‘난 아직 준비되지 않았을 때’였다”며 “내 계획이 막히면 하나님이 길을 여셨다. 일이 내가 의도한 타이밍에 풀렸다면 ‘내가 했다’고 착각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출발한 ‘히즈빈스’는 현재 전국 38개 매장을 운영하는 장애인 고용 기반 카페 브랜드로 성장했다. 모회사 ‘향기내는사람들’은 원두·콜드브루 제조사 ‘향기제작소’, 장애인 고용 솔루션 ‘하이어’ 등을 함께 운영하며 170명의 장애인 직원과 88명의 비장애인 직원이 함께 일하는 기반을 구축했다. 임 대표는 “하나님은 우리의 뜻이 아닌 하나님의 뜻을 따를 때 그분의 방법으로 일하신다”며 “히즈빈스는 그 증거 중 하나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광주=손동준 김수연 기자 sdj@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5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