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종교재단 해산 가능성 검토를 지시하면서 정교분리 원칙을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하고 있다. 이번 논쟁은 종교 단체를 직접 규율하는 법률이 없는 한국의 특성상 제도적 충돌도 일부 예상된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논란이 확장될 경우 건전한 교회까지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헌제 중앙대 법학과 명예교수는 4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정교분리는 전통적으로 국가 권력이 종교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의미였지만, 최근에는 종교가 정치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가 더 큰 쟁점”이라면서 “대통령이 일본 사례를 언급했지만, 한국은 대부분 비법인 사단 형태라 법인 해산만으로 활동을 제한하기 어렵고, 민법 38조 역시 적용 요건이 엄격해 실제 취소 사례는 동방교 사건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정교분리는 국가마다 작동 방식이 다르다. 미국은 미국 수정헌법 제1조를 통해 국가의 종교 간섭을 금지한다. 연방 세법에 따르면 세제 혜택을 받는 종교법인은 원칙적으로 특정 후보자 지지·반대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한다. 일본은 종교법인법 제81조(해산명령)를 통해 공익 침해가 명백한 경우, 소관 관청의 청구에 의해 해당 종교법인의 해산을 명할 수 있다. 이 법안으로 옴진리교가 실제 해산 조치를 받았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일본지부는 해산 명령을 받았으나 현재 항소 중이다.
한국은 헌법에 정교분리 원칙을 두고 있지만, 종교단체의 조직·운영 전체를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별도 법률은 마련돼 있지 않다.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등 일부 규정만 적용되다 보니 선거 시기에 정치 활동을 제한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런 법률상 틈은 이단·사이비 단체의 정치 개입 논란을 반복해 일으켜 왔다. 실제 김건희 특검은 한학자 통일교 총재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은 위장단체를 통한 조직적 동원 등의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치개입 논란이 확산할 때 건전한 교회까지 불필요한 규제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서 교수는 “종교의 자유는 법원이 가장 엄격히 보호하는 영역으로 극단적 예외가 아니면 해산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민법을 고치거나 특별법을 만들어도 언제 어떤 방향으로 작동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회 내부의 자기 규율 강화를 주문했다. 서 교수는 “종교단체라고 해서 정치에 영향력을 전혀 미칠 수 없는 것은 아니며 차별금지법이나 종교인 과세처럼 교회에 직접 영향을 주는 법안에 의견을 내는 것은 당연히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특정 목사가 자신이 목회하는 교회에서 설교를 통해 선거에 영향을 주면 선거법 위반이 된다”며 “목회자의 정치적 견해 표명이 어느 범위까지 허용되는지 교단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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