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소멸 시대, 빛과 소금으로 길 엽니다”

Է:2025-11-13 15:50
:2025-11-13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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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플렉스 시즌 6] <5>전남을 지키는 사역자들

강윤성 이야기가있는교회 목사가 최근 전남 화순 책방오다에서 학생들과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책 읽기 강의를 하고 있다. 강 목사 제공

전남 화순 한 초등학교 앞, 작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부드러운 책 냄새와 차 향기가 먼저 손을 내민다. 이름부터 조용한 분위기를 품은 ‘책방오다’. 글 읽는 소리를 뜻하는 한자 오(唔)와 차(茶)를 합친 이름 그대로, 이곳은 책이 사람에게 천천히 다가오는 공간을 지향한다. 이 책방을 지키는 이는 이야기가있는교회 강윤성 목사(44)다. 광주에서 대형교회 부목사로 사역하다가 2023년 화순으로 내려와 교회와 책방을 열었다.

처음부터 ‘로컬 사역’(지역 사역)을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강 목사는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코로나 시기 ‘아이들을 자연에서 키우고 싶다’는 바람으로 가족과 함께 화순에 정착한 것이 출발이었다”고 소개했다. 자녀들에게 책을 읽어주던 시간이 쌓였고 그 일상이 결국 교회 개척과 책방 운영이라는 형태로 구체화했다.

“화순에는 다문화 가정이 많습니다. 아이들이 책 읽는 즐거움을 조금이라도 알게 된다면… 그게 제가 이 지역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목회라고 생각해요.”

책방오다는 단순한 서점이 아니다. 지역 아이들이 세상과 연결되는 작은 배움터이자 ‘안전한 공간’을 지향한다. 아이들이 직접 책을 골라 갈 수 있도록 한 ‘책사줄게 프로젝트’도 그 마음에서 시작했다. 지난 8월 SNS에 글을 올린 지 열흘 만에 약 50만원의 후원금이 모였고, 두 달 뒤에는 150만원을 넘어섰다. 후원자들은 대부분 얼굴조차 모르는 시민들이다.

강 목사는 지역 소멸이라는 시대적 위기 속에서 책이 작지만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지역 소멸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교육 공백을, 책을 중심으로 한 일상적이고 지속 가능한 활동으로 메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책방을 중심으로 한 독서모임과 북토크, 청소년 활동을 꾸준히 실험하고 있다.

“지역에 있어도 책은 넓은 세상을 향해 창을 열어줍니다. 아이들이 책을 통해 상상하고 꿈꾸면 지역의 미래도 함께 자라지 않겠습니까.”

그는 “도시의 수많은 목회자 중 한 명이기보다, 지역에서 먼저 길을 열고 싶다”고 했다.

박근희(가운데) 광주월광교회 청년교구 담당목사가 지난 1월 태국 비전트립에서 청년들과 함께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박 목사 제공

전통적 교회에서 사역하는 목회자들이라고 지역 사랑이 적지 않다. ‘갓플렉스 시즌6 in 광주’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박근희(41) 광주 월광교회 청년 교구 담당 목사도 그 중 한 명이다. 박 목사는 이번 갓플렉스에 참가할 청년들을 향해 “환경과 상황이 아닌 하나님에게서 답을 찾아가길 바란다. 이번 갓플렉스가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어 “답을 모른다고 조급해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 목사의 조언에는 그가 지나온 삶이 흔적이 스며 있다. 그는 청년 시절 혈액암 판정을 받고 5년간 투병했다. “이 시간을 통해 하나님께서 내 삶을 이끄신다는 사실을 배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일반대 출신으로 CCC 순장 활동을 하며 신학을 고민했지만 가족의 반대가 컸다. 그는 ‘온 가족이 찬성하면 가겠다’고 기도했고, 예기치 않은 질병이 가족의 판단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박 목사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하나님께서 이끄시는 대로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옮길 생각은 없을까. 그는 “사람이 길을 계획할지라도 인도하시는 이는 하나님”이라며 “광주를 사랑하기도 하지만 내 앞에 있는 사람을 먼저 사랑하라는 부르심에 집중하고 있다. 중요한 건 어제나 지금이나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신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광신대 동아리 에움아리 학생들이 최근 광주 북구자원봉사센터 진행한 사랑의밥차 봉사 후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에움아리 제공

광주에 터를 둔 지역 신학생들도 로컬 사역에 대한 열망을 불태우고 있다. 2021년 출범한 광신대 농어촌선교동아리 ‘에움아리’가 대표적이다. 지름길의 반대말인 ‘에움길’에서 이름을 따, 빠른 시대에 느리고 돌아가는 길 선택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회원들은 농어촌 사역을 공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농촌 현장 실습·지역 봉사·마을 목회 탐방 등을 통해 ‘어디에서 목회할까’보다 ‘누구와 함께 살아갈까’를 고민하고 있다.

동아리 회장 백형진 전도사는 지난해 무안공항 참사 이후 참여한 ‘사랑의 밥차’ 봉사를 잊지 못한다. 그는 “무료급식을 제공하는 여러 단체 중 구세군 외에 개신교 교회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며 “하나님을 모르는 이들도 고통받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데 교회는 무엇을 하고 있나라는 질문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나부터 광주와 전남에서 ‘빛과 소금을 이루는 작은 사역’을 평생의 길로 삼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다”고 밝혔다.

회원인 김진원 전도사는 “서울에만 하나님이 계시냐”는 아버지의 말을 언급했다. 지난해 전남 장흥에서 단기선교를 하며 아이들보다 사역자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직접 확인했다.
“당시 동역자로부터 ‘김치 한 포기를 받더라도 이런 곳에서 사역하는 사람이 돼라’는 조언을 들었습니다. 이 일로 서울·수도권이 아닌 지역을 향한 사역으로 마음을 더욱 기울게 했습니다. 고향 보성에서 북카페 형태의 교회를 열어 늦은 시간까지 머무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또 다른 회원 김동윤 전도사는 “고향 담양에서 공유공간 기반의 교회를 개척하고 싶다”며 “이미 빛으로 가득한 곳보다, 어두운 곳을 향한 비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 전도사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머리 둘 곳 없었던 예수님과 제자들, 그리고 순교자들의 삶이 자꾸 떠오른다”며 “기복신앙과 성장주의에서 벗어나 느리고 어렵고 좁은 길을 기쁨으로 걷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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