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과 씨름하며 버텨낸 날들, 기쁨으로 살아낸 순간들, 인생의 모든 시간이 감사였습니다.” (재)한국IFCJ 가정의힘(가정의힘·교육위원장 단혜향)이 약 10주간 5개 교회 시니어를 대상으로 진행한 ‘인생회고학교’ 참가자들의 공통된 고백이다.
4일 경기도 성남 만나교회(김병삼 목사)에서 가정의힘은 프로그램의 성과와 사례를 발표했다. 인생회고학교는 은퇴 전후 어르신이 대그룹 강의와 소그룹 나눔으로 자신의 생애를 돌아보고 기록해 단행본으로 남기는 신앙 성장 프로그램이다. 이날 콘퍼런스는 ‘모든 세대를 함께 세우는 교회’를 주제로 진행됐으며 올해 초 시범 운영한 서울 반포교회(강윤호 목사) 양문교회(김기억 목사) 서문교회(배준완 목사) 사례를 소개했다.
평균 연령 75세인 서울 반포교회 참가자 16명은 자녀와 믿음의 후배에게 신앙의 유산을 남기기 위해 모였다. 강윤호 목사는 “초반에는 글쓰기 부담 때문에 참여를 망설이는 이들이 많았지만 회고의 의미를 설명하며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과정을 마친 이들은 하나님 앞에서 어떤 인생도 실패가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다”며 “회고록은 신앙고백서이자 앞으로의 삶을 새롭게 다짐하는 선언서였다”고 밝혔다. 교회는 이렇게 엮어진 책을 다음 세대에게 하나님의 은혜의 흔적으로 넘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문교회는 청년을 프로그램 교사와 소그룹 지도자로 세우며 세대간 우정과 이해를 넓혔다. 배준완 목사는 “고령 세대는 젊은 세대를 ‘선생님’으로 섬기며 배웠고, 청년들은 부모 세대의 인생을 들으며 존중과 공감을 배웠다”고 전했다. 배 목사는 “인생회고학교를 세대 연결의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른 세대와 청년 세대가 서로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면서 “노년기에는 영적 성장이 멈춘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프로그램 종료 후 온 가족이 함께 이를 기념하고 축하하는 시간도 마련해 세대 간 유대감을 강화했다.
양문교회는 인생을 나누고 서로의 사정을 들여다보며 섬김의 분위기가 교회 전체로 확산됐다고 했다. 김기억 목사는 “인생을 신앙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며 실패와 아픔을 재해석하는 과정”이라며 “절망을 성숙의 기회로 생각하며 원망 속에서 감사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가 교인의 인생 여정을 동행하자 70~80대 은퇴 인력 안에 채워진 영적 훈기가 다른 세대로 퍼진 것이다.
신형섭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는 미국 신학자 도널드 E 캡스의 관점을 인용하며 신앙인의 인생회고를 “평생을 거쳐 성장해가는 순례”로 설명했다. 신 교수는 “하나님은 사람마다 ‘철을 따라’ 열매를 준비하신다”며 “공동체 안에서 기억을 나누고 상호작용할 때 이것이 신앙 형성의 자원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대담에서 노년의 의미와 죽음 이후의 삶을 조명한 강영안 한동대 석좌교수는 “노년의 삶은 인간의 존재의미를 찾는 시기”라고 분석했다.
강 교수는 “자기 직업에 몰두하거나 어떤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시기가 아닌 이웃과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며 자신의 존재함(Being)을 찾아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존재한다는 것은 관계 속에 있다는 것”이라며 “생애주기에서 다른 세대와 함께 존재하는, 저 사람이 있기에 내가 있는다는 관계적 존재론이 필요한 시대”라고 덧붙였다.
노년기를 대상으로 한 가정의힘의 생애주기 교육 프로그램은 청년을 위한 ‘청년세움학교’와 모든 세대를 연결하는 ‘인생설계학교’로 확대될 예정이다.
성남=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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