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 정보가 공식 발표 전에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수상 발표에 앞서 마차도의 수상 가능성에 베팅한 사람이 급증해서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노르웨이 시간으로 이날 새벽 미국의 베팅사이트 폴리마켓에서 베네수엘라의 여성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돈을 거는 온라인 베팅이 급증했다. 폴리마켓은 선거, 스포츠 등 다양한 이벤트에 대한 예측을 바탕으로 베팅할 수 있는 사이트다.
이 사이트에서 마차도가 노벨평화상을 받을 확률은 밤 12시 직후 3.75%였으나 이후 두 시간도 지나지 않아 72.8%로 급증했다. 사이트 이용자들은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노벨평화상의 유력 후보로 꼽고 있었다.
노벨위원회가 베네수엘라 민주화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해 마차도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발표한 건 당일 오전 11시였고, 마차도가 노벨연구소에서 이 소식을 전해 들은 건 이보다 10분 앞선 오전 10시 50분이었다. 수상 발표에 앞서 베팅이 급증한 건 누군가 사전에 수상자 정보를 얻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노벨위원회는 곧바로 조사에 들어갔다.
크리스티안 베르그 하르프비켄 노벨위원회 사무국장은 “우리는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우리가 우리 정보로 돈을 벌려는 범죄자의 먹잇감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차도 수상에 집중적으로 베팅한 사람들은 상당한 이익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폴리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더티컵’이라는 활동명을 가진 이용자는 수상자 발표 몇 시간 전에 마차도에게 7만 달러(약 1억원)를 걸었고, 3만 달러(약 43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 이용자는 이달에 폴리마켓 계좌를 개설했고, 앞서 다른 내기에 베팅해본 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폴리마켓에서의 이상한 움직임은 노르웨이 일간 아프텐포스텐과 피난사비센이 가장 먼저 포착했다. 피난사비센은 폴리마켓 계정 3개가 마차도에게 주로 베팅했고, 총 9만 달러(약 1억3000만원)의 수익을 냈다고 보도했다.
노벨평화상은 노르웨이 의회가 선출하는 5인의 위원회가 수상자를 결정한다. 이 위원회에서 비밀 유지는 매우 중요한 덕목으로 꼽힌다. 올해 수상자는 지난 6일 결정됐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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