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펙 경쟁’ 속 밤샘 과제와 끝없는 취업 준비에 시달리며 방향을 잃은 청년들이 적지 않다. 현실적인 취업 전략부터 직장서 버티는 법까지 알려주는 유튜브 채널 ‘면접왕 이형’의 구독자가 61만명까지 늘어난 배경일 것이다. 채널을 운영하는 이준희(43) 얼라이브커뮤니티 대표는 대기업 인사 책임자이자 인재개발팀장을 10년 넘게 지낸 실무형 전문가다. 그가 제시하는 전략은 의외로 원론적이다. 그는 “일의 의미와 가치를 회복해야 개인도 사회도 건강해진다”며 취업을 넘어 ‘일을 소명으로 받아들이는 삶’을 제안한다.
최근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 스튜디오에서 만난 이 대표는 특히 신앙을 가진 청년들을 향해 “취업과 이직 과정은 물론 직장에서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는 법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직장생활을 소명으로 여기고 겸손과 순종 그리고 헌신의 태도로 임할 때 개인의 커리어와 공동체의 성숙이 함께 자란다”고 강조했다.
현장 경험에서 나온 유튜브 채널
이 대표는 이랜드그룹에서 최연소 인사 책임자이자 인재개발팀장으로 일하며 매년 수천 명의 지원자를 직접 면접했다. 이후 2018년 청년들의 취업과 커리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타트업 얼라이브커뮤니티를 창업했다. 그는 “고객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진정성 있게 섬기는 것”을 비전으로 내세우며 단순한 취업 성공을 넘어 청년들이 새로운 관점을 얻고 삶의 규모를 확장하도록 돕는 러닝메이트 역할을 지향했다.

유튜브 채널 ‘면접왕 이형’을 개설한 건 2019년. 본격적으로 구직자·직장인 교육을 시작했다. 채널을 통해 다수의 취업 성공 사례가 배출됐지만, 동시에 “취업 후 직장생활이 더 힘들다”는 청년들의 목소리도 확인했다. 이에 같은 해 ‘퇴사한 이형’ 콘텐츠를 열어 직장인의 커리어 성장까지 지원하는 활동으로 확장했다.
“단순한 스펙 경쟁만으로는 청년들이 버티기 어렵다는 걸 현장에서 확인했다”는 그는 “초기에는 유튜브를 3년 안에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문제의 뿌리가 깊다는 것을 깨닫고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유튜브 채널 운영을 넘어 도서 출간, 온·오프라인 학습 커뮤니티, 기업 맞춤형 컨설팅 등으로 활동을 확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어떤 사람이 어떤 기업·업무에 적합한지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실무적 연결고리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터, 생계 수단 넘어 삶 전체 설계로 봐야”
이 대표는 일터를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삶 전체의 설계”로 보라고 조언한다. “우리는 자신을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 사람’으로 소개한다”며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을 보내는 일터를 소명의 공간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알고리즘과 플랫폼 시대의 특징을 언급하며 “가성비 좋고 의미 있는 것을 발굴해 드러내는 능력이 곧 경쟁력”이라고 했다. 이때 중요한 태도는 ‘자기를 내려놓는 것’이다.
“자기를 내려놓고 소명을 받는 사람은 고객은 물론 회사 동료들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데 집중한다”며 “그것이 비즈니스 원리와도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다국적 기술 기업 아마존의 채용 철학인 ‘선교사적 태도를 가진 사람을 원한다’를 예로 들며 “헌신과 소명의식이 곧 리더십의 핵심이 된 시대”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커리어 뒤엔 신앙적 배경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 독실한 불교 가정에서 자란 그는 아버지가 교회에 나가면서 처음 교회에 발을 들였다. 그러나 대학 시절에도 목적 없는 성공을 좇으며 공부와 인맥 쌓기에 몰두했다. 그러던 중 “너 왜 그렇게 열심히 사느냐”는 질문을 받은 것이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계기가 됐다.
“그전까지는 성공과 명예, 돈이 목표였는데, 그 질문이 계속 괴롭혔어요. 답을 찾아보려고 교회 청년부에 등록해 성경공부와 봉사에 헌신했고, 그 과정에서 신앙이 뜨겁게 성장하게 됐습니다.”
2017년 창업 결심도 기도 중 얻은 비전에서 비롯됐다. 그는 “취업 준비생들이 마치 투구를 거꾸로 쓴 듯 현실을 보지 못하는 모습이 떠올랐다”며 “그들의 눈을 열어주라는 기도의 응답을 받고 얼라이브커뮤니티를 세웠다”고 말했다.
“조직 헌신·기여 태도, 크리스천 청년 강점”
그는 최근 채용시장의 화두인 ‘컬처 핏(culture fit)’을 언급하면서 “조직에 헌신하고 문화에 기여하려는 자세가 곧 경쟁력”이라며 “이런 점에서 크리스천 청년들의 강점이 이 시대가 원하는 인재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교회에서는 열심히 하면서도 회사에서는 책임을 다하지 않는 ‘이중 잣대’식 행동은 비판했다. 그는 “진정한 신앙생활은 교회를 떠났을 때 일터에서 드러난다”며 교회에서만의 종교적 실천이 아닌 생활 전반으로의 신앙 확장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직장을 ‘하나님이 보내신 커리큘럼’으로 규정하며 “직장에서 만나는 권위와 질서에 순종하고 배울 때 신앙이 성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사의 권위를 인정하고 그로부터 배우려는 태도는 신앙의 본질적 순종과 맞닿아 있다”며 “직장에서의 겸손한 학습과 반복적 실천은 결국 성장의 발판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자신을 포함한 40대에 대해서는 가교(bridge) 세대라고 강조했다. “MZ세대와 기성세대 모두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세대”로서 “그간 쌓은 지혜를 지금의 언어로 통역하는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 크리스천들을 향해서는 “직장은 교회에서 배운 신앙을 실제로 실천하고 연습하는 최고의 훈련장”이라며 지금 있는 자리에서 소명의 의미를 찾고 헌신하라고 조언했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이 하나님이 보내신 자리임을 믿어야 합니다. 그 믿음이 헌신을 만들고, 헌신은 곧 증명되는 결과물로 이어집니다.”

(위 QR코드를 찍으면 ‘면접왕 이형’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