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멕시코 국경의 이민자 구금소에 지하조직 ‘프렌치 75’가 들이닥친다. 이들은 군 경비 인력을 순식간에 제압하고 억류자들을 탈출시킨다. 자유를 향한 혁명은 국회의원 사무실과 정부 청사, 법원, 송전탑을 폭발시키고 은행을 터는 습격으로 번지며 폭력적 양상을 띤다.
폭탄 제조 전문가 밥 퍼거슨(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은 동료 퍼피디아(테야나 테일러)와 사랑에 빠져 딸 윌라 퍼거슨(채이스 인피니티)을 품에 안는다. 그러나 군 수뇌부 스티븐 J. 록조(숀 펜)가 이끈 작전으로 조직은 와해되고, 밥은 윌라와 16년간 숨어 지낸다. 세월이 흐른 뒤 록조가 다시 나타나 윌라를 납치하자 삶의 의욕을 잃었던 밥은 딸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
오는 1일 개봉하는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작가주의적 작품으로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한 미국 거장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이 처음 선보이는 액션 블록버스터다. 원작 소설 ‘바인랜드’를 20여년간 공들여 발전시킨 역작이다. 연출은 물론 각본, 집필, 촬영까지 직접 맡았다.

영화 팬들 사이에서 ‘PTA’라는 약칭으로 통하는 앤더슨 감독은 독창적이고 스타일리시한 연출로 주요 영화제에서 인정받았다.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매그놀리아·2000)과 은곰상(데어 윌 비 블러드·2008), 칸영화제 감독상(펀치 드렁크 러브·2002),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마스터·2012)을 거머쥐었다. 사회 구조에 대한 예리한 통찰과 인간 본성을 들여다보는 날카로운 시선은 이번 작품에서도 선명하게 살아 있다. 액션과 코미디, 스릴러, 드라마를 아우른 장르적 재미까지 더해졌다.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는 유머와 진지함을 오가며 극의 밀도를 한층 더 높인다.
16년에 걸친 서사가 촘촘하고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록밴드 라디오헤드의 기타리스트 조니 그린우드의 음악이 극에 긴장감을 더한다. 컴퓨터그래픽(CG) 없이 촬영으로 구현한 액션 장면은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특히 물결처럼 굽이치는 언덕 지형에서 펼쳐지는 후반부 자동차 추격신은 관객에게 실제 멀미를 느끼게 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단순히 ‘딸을 구하는 아버지’라는 플롯에 머물지 않고 현시대를 향한 사회비판적 메시지도 담았다. 이민자들을 탈출시키는 장면이나 다른 인종을 노골적으로 혐오하는 극단적 백인 우월주의자 모임 ‘크리스마스 모험가 클럽’의 설정은 트럼프 시대를 향한 날 선 풍자로 읽힌다.
앞서 개봉한 북미에선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할리우드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를 세 번 봤다면서 “정말 미친 영화다. 스탠리 큐브릭의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를 연상케 하는 부조리 코미디”라고 극찬했다. 미국 영화 매체 ‘인디와이어’의 유명 비평가 데이비드 얼리크는 SNS에 “내가 등단한 이래 개봉한 미국 대형 스튜디오 영화 중 최고”라고 평했다. 161분, 15세 관람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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