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치러진 몰도바 총선에서 친유럽연합(EU)의 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며 승리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치러진 몰도바 총선에서 개표율 99.5% 기준 마이아 산두 현 대통령이 이끄는 친EU 성향의 행동과연대당(PAS)이 50.1%를 득표하며 과반을 확보했다.
친러시아 성향의 애국선거연합(BEP) 득표율은 24.26%에 그쳤다. BEP는 몰도바의 심장당, 몰도바의 미래당, 사회주의자당, 공산당 등 결집한 연합체다.
이번 총선은 몰도바가 친유럽 행보를 이어갈지 친러시아로 다시 선회할지를 결정하는 선거라는 측면에서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렸다. 당초 PAS와 BEP가 접전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선거 결과 여당의 의회 과반이 확실시되면서 안정적인 단독 집권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몰도바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및 유럽연합 회원국인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있는 나라다. 한국 3분의1 정도의 면적에 인구 240만명의 작은 나라로 유럽 최빈국이다.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뒤 친러시아, 친유럽 성향의 정권이 번갈아 집권했다.
2020년 산두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러시아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듯 보였으나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친러 세력이 다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 지역을 차지하고 몰도바 동부 지역 트란스니스트리아까지 이어지는 육로를 확보하려고 한다. 몰도바로부터의 독립을 요구하는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러시아 세력권에 놓여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의 변방에 불과했던 몰도바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진 것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치러진 대선에서도 러시아 선거 개입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산두 대통령은 당선된 후 2030년까지 몰도바의 EU 가입을 이루겠다고 공언했다. 몰도바는 2022년 6월 우크라이나와 함께 유럽연합 후보국 지위를 얻은 상태다. 몰도바 정부의 EU 가입은 추진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산두 대통령이 이끄는 몰도바 정부와 PAS는 러시아가 허위 정보 유포, 친러시아 성향 정당에의 불법 자금 조달, 유권자 매수 등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러시아는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해 “반러시아적이고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과반 의석 확보에도 안정적인 정부 운영을 확신할 수 없다는 신중론도 나왔다. 몰도바 싱크탱크 ‘워치독’의 안드레이 쿠라라루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PAS가 통계적으로 과반을 확보하긴 했지만, 이는 불안정한 숫자라며 안정적인 정부 운영이 가능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BEP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불복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BEP 지도자 이고르 도돈 전 대통령은 이날 야권이 승리했다며 모든 야당의 동참을 호소했다. BEP는 29일 수도 키시나우에서 집회를 열고 선거 불복 행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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