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경기 성남 만나교회(김병삼 목사) 예배당 1층 로비에는 이른 시간부터 줄이 늘어섰다. 교회가 마련한 ‘컬처랜드’ 프로그램의 하나로 열린 프로축구 골키퍼 송범근(전북 현대) 선수의 사인회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축구 유니폼을 입고 현장을 찾은 김지호(10)군은 “송범근 선수의 다이빙 모습을 보고 팬이 됐다”며 “송 선수처럼 훌륭한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송 선수는 만나교회 청년으로 이 교회 유소년 축구팀 ‘꾸러기 축구단’에서 축구를 시작했다.
만나교회가 창립 44주년을 맞아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예배당과 주변 일대에서 문화축제 컬처랜드를 열었다. 커피·스포츠·예술·음악·게임 다섯 가지 주제로 마련된 이번 행사는 교회 문턱을 낮추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선교적 교회’를 구현하기 위한 자리다. 김병삼 목사는 “교회가 담장을 높이는 시대는 끝났다”며 “교회를 세상에 내어주고 사람들이 편안히 드나드는 공공의 문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는 3일간 약 1500명이 컬처랜드를 찾은 것으로 집계했다. 행사 진행을 맡은 서현준 만나교회 부목사는 “방문객 가운데 약 3분의 1이 교회 밖에서 온 지역 주민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교회 1층에는 세대를 아우르는 ‘레트로 게임존’이 마련돼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고전 게임을 즐겼고 저녁 시간에는 가수 구현모·유윤종이 참여한 ‘가을 밤 버스킹’이 열려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바리스타가 직접 내려주는 라떼아트 체험 부스와 대예배당에서 열린 ‘믿어줄게 밀어줄게’ 콘서트도 호응을 얻었다.
27일에는 전 국가대표 탁구 선수인 김택수 진천국가대표선수촌 촌장이 진행한 ‘길거리 탁구 대결, 김택수를 이겨라’에는 도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김 촌장을 비롯해 사인회를 진행한 송 선수 등 모두 만나교회 교인이다. 이들뿐 아니라 전문성과 인지도를 갖춘 문화·체육·예술인들은 자발적으로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
예술선교팀(팀장 이금복 권사)은 ‘하나님의 일곱 가지 선물방’이라는 이름 아래 무지개 일곱 색을 모티브로 하나님의 약속과 복음을 예술 언어로 풀어냈다. 석고 방향제 만들기 공간에는 “하나님의 축복이 삶을 가득 채우는 향기가 됩니다”(창 27:27) 등 향기와 관련된 성경 구절이 곳곳에 걸렸고 참가자들은 작품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복음 메시지를 접했다.
현업 작가와 예술 전공자들로 구성된 예술선교팀은 평상시에도 단기 선교 등을 통해 문화예술을 복음 전파의 통로로 삼는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처음 시도된 컬처랜드는 교회가 품은 재능과 자원을 지역과 나누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금복 팀장은 “각자의 전문성과 달란트를 교회의 담장을 낮추는 일에 쓰임 받을 수 있어 기쁘다”며 “올해 좋은 샘플을 마련한 만큼 내년에는 더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지역과 만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남=글·사진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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