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한인 선교사 절반 이상이 선교지에서 어려움을 혼자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교사들에 대한 돌봄 체계는 정신적·영적 영역에서 특히 부족했다.
11일 목회데이터연구소(목데연·소장 지용근) ‘해외 한인 선교사 위기와 돌봄 실태’를 보면 선교사 59%는 선교지 장기 체류 중 어려움을 겪을 때 “스스로 해결했다”고 답했다.
선교사들은 주로 ‘가족·지인’(42%), ‘현지인 동역자’(23%)를 통해 선교지에서 직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었다.(중복응답) 파송교회(21%)와 선교단체(16%)에 도움을 받는 선교사는 이보다 적었다. 10명 중 1명은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선교사들은 몸이 아플 땐 현지 병원(60%)과 한국 의료기관(49%)에서 치료를 받는다고 답했다. 혼자 해결한다는 답변은 16%였다. 반면 정신 건강 문제는 절반 이상이 스스로 해결하거나(50%) 외부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16%) 파악됐다.
영적으로 지쳐 있을 때도 선교사 대다수는 ‘개인 기도와 묵상’(74%)에만 의존하고 있었다. ‘가족·지인’ ‘동료 선교사’를 통해 어려움을 해결한다는 답변은 각각 39% 30%였고, 선교단체에 손을 뻗는 경우는 6%에 불과했다. 최근 1년 내 영적 어려움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10명 중 8명(79%)에 달했다. 선교사에 대한 영적 돌봄이 개인의 몫으로만 남겨져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선교 전문가들은 선교사들이 혼자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원인으로 ‘타지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줘선 안 된다는 압박감’과 ‘현지 문화에 최대한 적응해야 한다는 부담’을 들었다. 유해석 총신대 선교대학원 교수는 1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 기독교 선교 초창기 윌리엄 맥켄지 선교사도 토속화를 위해 갓을 쓰고 서양 음식을 멀리하는 등 스스로 고립된 생활을 택했다”며 “그는 극심한 고립감 속에서 육체적 정신적 어려움을 겪다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이런 극단적인 사례까진 아니더라도 지금도 적지 않은 선교사들이 현지에 적응하기 위해 자신을 극도로 제한하다가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온라인 공동체 모임, 교단·선교단체 차원의 재교육이 절실하다”며 “특히 사역 2년 차에 번아웃을 경험하는 선교사가 적지 않은 만큼 조직적 돌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목데연 실태조사엔 22개국 한인 선교사 132명이 응답했다. 조사는 미국 미성대(AEU) 박사과정 수강생들이 지용근 목데연 대표의 지도를 받아 지난 4월 진행했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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