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에서 정부의 소셜미디어 차단 조치와 Z세대 청년들의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19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다치는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대통령과 총리가 사임·피신하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군대가 투입돼 질서 유지에 나섰지만 네팔은 여전히 극심한 혼란이 지속하고 있다.
외교부도 10일 네팔 시위 상황이 심각한 바그마티주 룸비니주 간다키주 등 3개 지역에 특별여행주의보(2.5단계)를 발령하고 우리 국민들의 여행 취소·연기와 안전지역 이동을 당부했다. 현지에서 사역 중인 선교사들은 안전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이번 사태가 네팔 사회와 교회에 미칠 장기적 영향을 염려하며 한국교회에 중보기도를 요청했다.
카트만두 현지는 군 통제 속에 모든 일상이 마비된 상태로 식당과 상점들이 문을 닫았다.
카트만두에서 사역하는 차기현 선교사는 11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지금은 군인들이 통제하고 있어 차량 통제가 이어지고 있다”며 “식당도 문을 닫고 영업을 몰래 하는 상황이라 직원들이 두 시간씩 넘게 걸어와야 한다”고 현장 소식을 전했다.
특히 그가 직접 겪은 위험한 순간들은 현지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그는 “지방에서 카트만두로 오는 길에 마을마다 시위로 길이 막혀 네 번이나 우회했다. 일반인들이 저희에게 돌을 던지기도 했다”고 아찔했던 순간을 밝혔다.
그는 “한국에서 온 선교팀원들과 함께 있었는데 공항 폐쇄로 이들의 귀국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오랜 시간 정전이 이어지고 인터넷도 불안정해 모든 선교 일정을 취소하고 호텔에 머무르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행히 차 선교사에 따르면 11일 오후 네팔 국제공항이 재개된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항공 운항은 여전히 제한적인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교육기관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증언하고 있다. 네팔새언약신학대의 K 교수는 기도 편지를 통해 “정부청사와 국회의사당, 장관 공관 등 주요 기관 건물들이 불타고 있으며 카트만두 국제공항도 폐쇄돼 거의 무정부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내무부 장관의 집이 전소되어 그날 사퇴했고, 올리 수상이 헬리콥터로 탈출해 사의를 표명했다”며 “힐튼호텔과 이마트 같은 큰 슈퍼도 불탔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현지 선교사들은 네팔 젊은 세대의 깊은 절망감이 폭발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원일 선교사는 “교육 과정 12학년을 마치고 모두 외국으로 돈 벌러 나가려고 계획하는 상황은 네팔 내부에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희망이 없다는 뜻”이라며 “정부 지도자들의 부패와 불신이 큰 상황에서 SNS 통제는 부패 은폐 수단으로 보여 터져 나온 시위”라고 분석했다.
네팔의 소수 민족을 대상으로 사역하는 허언약 선교사는 “SNS를 통해 고위 공직자들과 자녀들이 부를 자랑하고 사치하는 모습을 본 청년들의 박탈감이 폭발한 것”이라고 사태의 본질을 짚었다.
이런 격변의 상황에서 현지 교회와 선교사들은 매우 신중한 대응을 보인다. 이 선교사는 “교회는 누명을 쓸 수 있기에 발언을 삼가고 기도하기로 했다”며 “선교사들이 힌두교 사원을 불 지르자고 했다는 유언비어도 있어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역 현장에서도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차 선교사는 “저희가 관리하는 학교도 휴교하고 있으며 통제 기간이 길어지면 아무래도 선교 활동에 직접 타격이 올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를 표했다.
절박한 상황에서 현지 선교사들은 한국교회의 간절한 중보기도를 요청하고 있다. 교민들과 선교사들의 안전이 보호되고 시위 희생자 유가족들이 주님의 위로를 받으며 부상자들이 속히 회복되기를 기도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폭력과 유혈사태가 중단되고 내전으로 퍼지지 않으며 민주주의 체제의 회복을 위한 기도를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선교사들은 이번 위기가 복음 전파의 기회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영적으로는 이번 위기를 통해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고 특히 젊은 세대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기회가 되며 현지 교회가 자립하고 성장하기를 기도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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