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의 심장부, 도도마주의 다발로 지역. 10일(현지시간), 도심을 벗어나자 곧 붉은 흙먼지가 이는 비포장도로가 나타났다. 도로를 달릴수록 차창에 부딪히는 작은 돌들이 ‘탁탁’ 소리를 냈다.
바람에 날리는 모래와 흙을 헤치며 90분 가량 달린 끝에 건조한 땅 위에 자리한 다발로 마을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을 입구에서는 소규모 모임인 ‘주후디’ 공동체가 반갑게 맞아줬다.
주후디는 마을에서 자급자족하던 농산물을 가공하거나 수제비누, 전통 천 ‘캉가’ 등을 제작해 판매하며 자립을 모색하는 모임이다. 회장 악사(41)씨를 따라 들어간 작업장 안에서는 바오밥 열매를 활용한 간식 가공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단단한 바오밥 열매를 절구에 찧어 가루로 만든 뒤, 생강과 졸여진 설탕을 섞고 빻지 않은 바오밥 열매에 단맛과 향을 입히는 과정이었다. 악사씨가 건넨 ‘바오밥 열매 간식’에서 새콤달콤한 맛이 났다. 악사씨는 “이렇게 직접 가공하면 그냥 팔 때보다 소득이 훨씬 늘어나요. 이제는 주변 마을에도 이 간식을 팔고 있어요.”
스와힐리어로 열정과 노력을 뜻하는 주후디는 2017년 아동 영양 개선과 농업 기술 향상을 통한 생활 수준 증진을 목표로 시작됐다. 그러던 중 2023년 월드비전을 만나면서 큰 전환점을 맞았다. 월드비전은 이들에게 ‘임파워드월드뷰(Empowered World View·EWV)’ 사업을 도입했다. EWV 사업은 빈곤과 의존적 사고에서 벗어나 공동체 스스로 잠재력을 발견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프로젝트다. 이 사업을 통해 주후디는 경제와 농업, 영양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교육과 지원은 곧 변화로 이어졌다. 새 농법을 적용하자 33㎡(약 10평)에서 얻던 작물의 생산량을 이제는 6㎡(약 2평)에서 10배 이상 거두게 됐다. 가축 사육 기술도 발전해 소와 염소의 우유 생산량이 증가했다. 여기에 가공품 판매까지 더해지며 한 때 월 1만5000원 수준이었던 1인당 수입은 현재 월 평균 7만원 이상으로 늘었다.
안정적인 소득은 아이들의 삶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공동체는 수익을 정산할 때 가장 먼저 아이들의 학비를 따로 떼어둔다. ‘교육이 최우선’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덕분에 자녀들은 학비 걱정 없이 학교를 다니게 됐다. 그 이후 병원비와 농산물 재투자 등으로 쓰이고 남은 금액을 구성원 개인의 몫으로 나눈다.
이러한 합의와 신뢰 덕분에 마을은 더 큰 연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주후디 공동체는 주변 이웃을 돕는 ‘작은 은행’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필요한 때에 낮은 이자로 자금을 빌려주는 버팀목인 셈이다.
악사씨는 “EWV 사업을 받으며 아이들을 학교와 병원에 보낼 수 있게 됐다”며 “현재는 주후디의 가정마다 전기와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도도마(탄자니아)=글·사진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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