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최초의 목회자 퇴직연금 가입자가 나왔다. 주인공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백석총회(총회장 이규환 목사) 부총회장인 김동기 광음교회 목사. 김 목사는 10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어제(9일) 우리은행 부천 상동역금융센터에서 퇴직연금 계좌를 개설했다”고 전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4월 목회자의 퇴직연금 가입을 공식 승인하면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예장백석은 이를 근거로 교단 소속 목회자가 법적 보호를 받는 퇴직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사례는 예장백석 교단 내부 제도를 넘어 한국교회 전체 목회자의 노후 준비 방식에 변화를 촉발할 수 있는 선례가 될 전망이다. 김 목사는 “이번에는 총회 소속 목회자부터 시작했지만 다른 교단도 충분히 도입할 수 있다”며 “고용노동부가 길을 열어줬기 때문에 규약만 만들면 교단 규모와 관계없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오는 15일부터 충남 천안 백석대학교회(공규석 목사)에서 열리는 교단 정기총회에서 이변이 없는 한 총회장에 추대될 전망이다. 차기 총회장으로서 1호 가입자가 된 점은 제도 정착의 상징적 의미를 더한다.
성수경 우리은행 상동역금융센터장은 “목회자 퇴직연금 제1호 계좌 개설을 우리 센터에서 할 수 있어 영광”이라며 “목사님들이 조금 더 안정적으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계좌를 잘 관리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제도의 파급력에 주목한다. 한국교회세무재정연합 대표인 김영근 회계사는 “대형 교단이 운영해온 자체 연금은 기금 고갈 문제가 있었다”며 “정부가 보증하는 퇴직연금 가입 길이 열린 것은 단비 같은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 유익한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는 목회자가 없도록 교단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장백석 연금사업단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약 700명의 목회자 국민연금 지원을 준비했고, 퇴직연금 가입 절차도 지원할 계획이다. 교단 행사 현장에서 은행 상담 부스를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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