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부산 연제구 법무법인 사이(대표변호사 김신)에서 김신 전 대법관을 만났다. 김 전 대법관은 최근 ‘김신 장로와 함께 읽는 복음서’를 펴냈다. 김 전 대법관은 부산 은혜로교회(김은태 목사) 장로로 성경에 대한 갈증과 이해 부족을 느껴 성경을 더욱 쉽게 고쳐 읽고자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약 8개월간의 집념 어린 노력 끝에 ‘복음서’ 출간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며 “배움이 부족한 사람들도 성경을 쉽게 접하고 은혜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전 대법관은 성경을 읽으면서도 깊이 있는 이해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이 부족함을 채우고자 성경을 직접 고쳐 읽기 시작한 것이 ‘복음서’ 집필의 계기가 됐다. 처음에는 개인적인 성경공부 차원이었으나 고쳐 읽은 후 성경이 놀랍도록 잘 읽히는 것을 경험하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경험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판을 결심했다. 그는 기존 성경의 권위를 존중하며 크게 바꾸지 않는 틀 안에서 현대 법 제도와 언어에 맞게 고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복음서’는 일반 교인들이 성경을 더 쉽고 편안하게 접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담았다. 소제목을 붙이고 띄어쓰기를 많이 했다. 또 문장 부호를 적극 활용해 문장을 짧게 만들어 가독성을 극대화했다. 그는 “예수님의 말씀은 인용 부호를 넣어 눈에 잘 띄게 했다”며 “이러한 편집 방식은 독자들이 예수님의 메시지를 더 명확하게 이해하도록 돕는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법관은 ‘복음서’를 통해 독자들이 성경을 통으로 읽음으로써 하나님의 말씀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주변에서 읽어본 사람들은 쉽게 읽힌다는 반응이다. 그의 이 같은 노력은 ‘복음서’가 70대 어르신도 막힘없이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탁월한 가독성을 자랑하며 많은 이들에게 복음을 더 가까이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귀한 선물이 됐다는 평가다.
김 장로는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다. 어린 시절 장애를 갖게 되면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더욱이 기독교 가정이 아니었기에 신앙과도 거리가 멀었다. 서울대 입학 과정에서도 장애로 인해 남모를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그의 삶은 1978년 대학 3학년 때 친구의 전도로 예수를 믿게 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그는 판사 임용 과정에서도 시련을 겪었다. 판사 임용에 탈락했으나 그로부터 5개월 후 기적적으로 판사에 임명되는 극적인 경험을 했다. 대법관 인사청문회에서는 기독교 편향적이라는 공격을 받기도 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어려운 판결을 앞두고는 항상 기도하며 하나님의 뜻을 구한 경험이 많다”며 신앙이 그의 법관으로서의 소명에 깊이 뿌리내렸음을 고백했다.
대학 기숙사 생활은 그의 신앙 여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당시 기숙사는 주일마다 학생들이 버스를 대절해 예배를 드리러 갈 정도로 신앙적 분위기가 뜨거웠다. 전도 집회에 친구 권유로 참석한 그는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라는 말에 깊은 감동을 받고 신앙을 받아들이게 됐다. 처음에는 예수님의 부활 등 신앙 내용이 이성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으나 “믿기로 결심한 후에는 자연스럽게 모든 것이 이해됐다”고 회상했다.
김 전 대법관은 법과 복음의 조화에 대한 자신의 견해도 명확히 밝혔다. 그는 “교회에서는 복음이 우선되지만 법관으로서는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법과 신앙이라는 두 축을 모두 존중하며 균형을 잡으려는 그의 고뇌를 보여준다. 그는 “법에는 하나님의 뜻이 드러나 있는 것도 있지만 왜곡된 것도 있으므로 항상 조심해야 한다”며 법 집행에서도 영적 분별력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너희는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사랑이 모든 법과 삶의 근본이 되어야 함을 역설했다.
한국교회에 전하고 싶은 말로는 “예수 믿는 사람들이 좀 더 정직하게 믿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외식적으로 믿는 것이 아니라 속 깊이 예수를 믿어야 한다”며 표면적인 신앙이 아닌 진정성 있는 믿음을 촉구했다.
김 전 대법관은 현재 변호사 업무 외에도 끊임없이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그는 “법률 관련 서적을 꾸준히 출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젊은 세대 법조인들에게 신앙과 직업의 조화로운 삶을 살아갈 것을 조언하며 “믿음을 확실히 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감사한 것은 지금의 아내를 만난 것을 꼽으며 “평생 자신을 그림자처럼 잘 보살펴 줬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가장 힘들었던 시절로는 대학 입학 좌절과 판사 임용 좌절을 꼽았다. 그러면서 “장애가 있었기 때문에 하나님을 믿게 됐다”고 말하며 역경이 오히려 신앙의 길로 이끈 축복이었음을 고백했다.
김 전 대법관의 손에서 탄생한 ‘복음서’는 그의 깊이 있는 삶과 신앙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복음서’는 법과 신앙, 역경의 극복 그리고 사랑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우리에게 다시금 일깨우며 이 시대에 필요한 영적인 등불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정홍준 객원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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